수입쌀 둔갑방지 차단 시급



미국산 ‘칼로스’쌀이 우리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양곡도매시장에는 반품되거나 팔리지 않은 ‘칼로스’쌀이 양곡도매시장 보관대에 가득히 쌓여 있다. 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공매 자격 완화에도 유찰 계속…‘칼로스’등 낙찰가 더 떨어지면 음식점 수요 크게 늘어날수도


밥쌀용 수입쌀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수입쌀 낙찰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공매 참가자격을 대폭 완화하고 최저 낙찰가격도 내렸지만, 9일 실시된 수입쌀 6차 공매에서도 대량 유찰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이날 〈칼로스〉 쌀 낙찰가격은 20㎏ 한포대당 국내산 도매가격보다 1만원이나 낮은 2만5,100원에 불과해 모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산 쌀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값 내려도 반응 싸늘=미국산 1등급 〈칼로스〉 쌀과 중국산 쌀에 대한 6차 공매 결과 전체 공매물량 4,394t 가운데 86.6t(1.97%)만 낙찰됐다.

2회 연속 낙찰률 0%를 기록한 〈칼로스〉쌀은 2,297t 중 32t(1.39%), 2,097t이 공매에 올라온 중국쌀은 54.6t(2.6%)이 도매상들에게 넘겨졌을 뿐이다. 낙찰가격은 미국산이 1㎏당 1,225원, 중국산은 이보다 조금 높은 1,350~1,354원을 기록했다. 지난 1~3차 공매 때 〈칼로스〉쌀의 평균 낙찰가격이 1,56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아진 셈이다.

특히 이번 공매를 앞두고 정부가 공매 참가자격 완화, 최저 낙찰가격 인하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제 공매에는 7개 업체만 응찰하는 등 수입쌀에 대한 업체들의 냉담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파장은=낙찰률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수입쌀의 품질이 국내산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1~3회 공매에서 수입쌀을 낙찰받아 식당에 판매한 도매상들은 밀려드는 반품 요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신노생 aT(농수산물유통공사) 국영무역1팀장은 “대형 유통업체 등을 상대로 공매 참가를 독려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낙찰가격을 더 내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입쌀 낙찰가격이 내려갈수록 국내산과의 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져 국내산 쌀값에 악영향을 주고 둔갑유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농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수입쌀 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수입쌀이 국내산 저가미와 섞여 부정유통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최저 낙찰가격을 더 이상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양곡유통 전문가는 “20㎏짜리 수입쌀이 2만5,000원에도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공매 대상 업체들이 가격을 더 낮추려고 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는 공매가격 인하에 앞서 이 같은 문제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지금 가격으로는 수입쌀이 식당에 급속히 퍼질 것”이라면서 “수입쌀로 지은 밥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식당 관계자 등에 대해서는 금품을 제공받으면 받은 금액의 50배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선거법과 같은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쌀에 대한 원산지표시 의무화나 생산이력제 실시 등 유통경로 추적 등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음식점들까지 수입쌀 공매에 참여시킨 것은 불법 유통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식당쌀에 대한 원산지표시 의무화와 양곡카드제 도입 등 수입쌀 부정유통 방지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민신문 최준호·김상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