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나른해지는 이 봄. 온 집안 식구들이 춘곤증에 ‘걸려!’ 기운이 없다고, 졸음이 자꾸 찾아 온다고, 몸이 무겁다고들 난리다. 그 생리적 현상을 지혜롭게 탈피할 방법이 있다. 바로 신맛이다.

신맛은 침샘을 자극해 침이 많이 나오게 하고 입맛을 돌게 한다.

식초엔 구연산이 많이 들어있어 대사를 촉진하고 피로물질을 분해하는 작용을 하며 해독작용과 혈관을 청소해주는 역할도 뛰어나 예로부터 어혈을 해소시키는 만병통치식품으로 불려져 왔다.

평소에 식초요리를 많이 섭취하면 어떤 피로에도 끄떡없는 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식초는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칼슘의 흡수율을 높여줘 뼈를 강하면서도 유연하게 해준다.

오늘 저녁엔 이같은 신맛의 고유한 성질을 가득 지닌 식초를 더욱 듬뿍 사용해, 온 식구들의 처진 기를 활달히 융통시켜주는 상큼한 봄의 식탁을 한번 꾸며보자.

특히 요즘 시장엔, 초봄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진 봄나물들이 널려있다.

달래, 두릅, 쑥, 냉이, 씀바귀, 돌나물, 참나물에다 산에서 방금 내려와 그 잎사귀도 싱싱한 취나물까지…. 봄날의 긴 햇볕을 받고 자란 영양만점의 야생 돌미나리도 키가 훌쩍 커져 선보이고 있다.

영양가는 최고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물파래, 물미역, 곰피도 그 양이 부쩍 늘었다.

주부들 역시 춘곤증에 시달릴테니 오늘 저녁에는 초고추장 하나만 다부지게 만들어보자.

초고추장을 만들 때는 마늘, 파 처럼 향이 강한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봄나물 고유의 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초에 레몬즙 정도로 향을 더하고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물엿(설탕)과 사이다를 섞어주는 것이 좋다.

깨끗이 씻거나 데친 채소와 해초를 종류별로 예쁜 접시에 담고, 그 위에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을 충분히 끼얹으면 이게 바로 ‘베지테리언 식탁’.

춘곤증에 지친 남편과 아이들에겐 이렇게 만든 식탁이 바로 ‘왕의 수라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