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입쌀 칼로스 천덕꾸러기 전락


[경향신문 ]


밥맛 좋기로 소문났던 미국 칼로스쌀이 국내 시장에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 쌀을 유통 중인 도·산매상들은 ‘맛과 냄새가 이상하다’는 소비자들의 항의와 반품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칼로스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비상이 걸렸고 미국 농무부는 조사관까지 파견, 부진 원인을 조사했다.

◇“쌀이 뭐 이래”=양곡도매상 박모씨(60)는 23일 “쌀을 사간 공장 구내식당에서 최근 ‘이걸 쌀이라고 줬느냐’는 항의가 들어와 쌀값도 못받고 반품조치했다”며 “40년간 쌀장사 하면서 이렇게 곤혹스러운 일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12일과 19일 2차례에 걸쳐 모두 26t(80㎏짜리 325포)을 낙찰받아 12.4t(155포)을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밥에 찰기가 없다’ ‘쌀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 등의 불만이 접수돼 현재까지 800㎏(10포)을 반품받았다. 반품 요구가 잇따르고 있어 남은 물량 13.6t(170포)은 팔 엄두를 못내고 있다. 1.8t(20㎏짜리 90포)을 사온 경기 신갈의 산매상 김모씨(39)도 인근 식당 등에 공급했던 200㎏(10포) 전량을 반품받았다. 김씨는 “쌀을 가져간 식당에서 ‘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약품처리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공단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54)도 “칼로스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밥을 먹어본 손님들이 ‘밥맛이 안 좋아졌다’고 불평했다”며 “다시는 수입 쌀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20일 주한 미대사관 소속 농무관이 서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을 찾아 칼로스의 문제점 등을 조사했다. 농무관은 당시 “정말 1등급 쌀이 맞느냐. 묵은 쌀 아니냐”는 항의성 질문에 난처한 웃음만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밥맛 왜 떨어지나=양곡도매협회 박용상 회장은 “현지 도정부터 국내 도매상에 오기까지 40~50일 걸리는 긴 유통단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납품용 쌀은 비행기로 공수되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쌀은 배편으로 30일 이상 걸려 반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칼로스는 밥을 지은 후 바로 먹지 않으면 찰기가 빠져 버리는 특성이 있다”며 “차진 밥을 선호하고 아침에 지은 밥을 저녁 때까지 먹는 우리 식습관과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의대 조경환 교수도 “현지에서 일괄 도정한 칼로스는 당연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도정된 우리쌀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칼로스의 공매를 진행 중인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 19일까지 3차례에 걸쳐 450t을 매각했지만 아직 수백t의 물량을 소진하지 못한 채 냉담한 시장 반응을 맞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2005년도 의무 수입량인 1,369t 가운데 아직 남은 919t을 상반기 중 소진해야 하는데 반응이 시원찮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미국의 1등급 쌀이 이 정도라니 그나마 안심”이라며 “누구나 직접 먹어보면 우리쌀이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