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치는 서대구초등학교
[조선일보 ]
“우리 아이들은 우리 몫이죠” 교사·교직원 자발적으로 매달 1만원씩 급식비 지원 못 받는 학생 12명 지원
[조선일보 최재훈기자]
“밥 잘 먹고 씩씩한 우리 아이들, 우리가 책임지기로 했어요.”
18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서대구초등학교 급식실. 아이들이 나간 텅 빈 식탁 위는 반질반질 광이 나고, 깨끗하게 세척한 수건과 마스크가 나란히 걸려있다. ‘위생신발·위생복 착용,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라고 적혀있는 조리실 문이 열리면서 영양사 김정희(여·34)씨가 나온다. “깨끗한 급식실 만큼이나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마음이 더 고운 줄 모르시죠?”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6개 학년 19개 학급의 조그마한 학교, 서대구초등학교에 애틋한 사랑이 넘치고 있다. 교사와 교직원들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학교 급식비를 대주기 위해 나선 것. 독지가나 학부모가 아닌 교사·교직원이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교장과 교감을 비롯, 교사와 교직원 등 전체 식구 30여명이 1인당 1만원씩 1달에 30여만원씩을 내고 있다. 학생 1명당 급식비는 1년에 24만원 정도. 현재 12명을 돕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학교급식을 1학년까지 확대한데다 교육청 지원대상 기준이 일부 조정되면서 급식지원 신청 학생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급식지원을 신청한 학생은 모두 94명이었지만, 이중 교육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62명뿐. 평소에는 교육청 지원대상에서 빠지는 학생들의 경우 독지가나 학부모, 종교단체 등의 도움으로 근근이 해결했으나, 이번 학기에는 12명이 지원을 못 받게 됐던 것.
아이들 돕기는 영양사 김씨로부터 시작됐다. 김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행정실 교직원 3명에게 도움을 청해, 우선 4명이 나섰다.
얼마 후 김씨는 급식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는 복지지원위원회에서 ‘지원을 못 받는 학생들의 급식비를 참여하는 교사 수대로 나눠 내는 것이 어떻겠냐’는 건의를 했고, 교사들은 흔쾌히 찬성했다. 당시 6학년 부장 백호현(31) 교사는 “우리 아이들인데 우리가 모른척할 수 없다. 혼자서라도 다 내겠다”며 호응해 줬다는 것. 김씨는 “모자라던 지원비가 이제 남게 됐다. 선생님들의 호응과 사랑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남용국(56) 교장은 “교사들과 직원들이 스스로 아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면서 “늦게 알게 돼 부끄럽기도 했지만, 늦게나마 아이들 돕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이번 학기부터 지역건강보험료 2만4500원 이하를 내는 가정의 자녀들의 급식비 지원을 중단하고, 차상위계층(次上位階層·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의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급식지원을 신설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기준의 지원은 고의로 세대를 분리해 보험료를 낮추는 등 문제가 많아 폐지하고, 대신 어려우면서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아이들을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