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수명 77세,‘100세의 꿈’에 도전
[국민일보]2006-04-08 3326자
[쿠키 건강]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7일 세계보건의 날에 즈음해 마련한 2006년 세계보건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73세, 여성은 80세로 미국(남75세, 여 80세)이나 영국(남 76세, 여 81세)에 가깝다. 지난 2003년 세계보건보고서에서 추산한 한국 남녀의 종전 평균수명은 75.5세로, 3년만에 1.5세가 증가한 셈. 올해 보고서가 밝힌 국가별 평균수명은 WHO가 2004년 회원국들의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올해 보고서에서 추산한 북한의 남녀 평균 수명은 66세(남자 65세, 여자 68세)로 남한보다 11년 가량이 뒤쳐지고, 일본은 남녀를 합한 평균 수명이 82세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장수국으로서 입지를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졌다.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은 79세, 여성은 86세로 여성이 평균 7년을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보고서에서 여성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34개국. 반면 남성 평균 수명이 80세에 근접한 국가는 일본 외에 캐나다,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각 78세) 정도에 불과했다.
남녀를 합한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국가는 짐바브웨의 36세였다. 이 나라 남자의 평균 수명은 37세, 여성은 34세로 일본의 절반에도 미지치 못하고 있다. 이밖에 스와질랜드(37세), 시에라레온(39세)도 단명국가에 속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장수국가로 발돋움하게 됨에 따라 ‘장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의료기술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 등으로 인해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100세 이상의 장수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남해안과 제주도 증 특정 지역으로 제한되어 있던 장수지역이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해발 200∼300m 이상의 중산간 지역, 특히 강원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노화 및 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이정재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전국의 100세 이상의 노인들 을 방문해 개별 면담 조사하고 90세 이상 장수노인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장수촌이 위와 같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수도(85세 이상 인구/65세 이상 인구 × 100) 5.0 이상과 10만명당 100세 노인이 7명 이상인 지역을 선정한 결과 강원지역, 특히 양양군 화천군 고성군 강릉시 횡성군 인제군 홍천군 등이 현재 장수군이다.
또한 장수도를 6.0 이상으로 삼아 동읍면 단위로 파악한 결과 35개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철원군 근북면이 가장 장수도가 높다. 근북면의 경우 남자의 장수도는 장수지역 평균치보다 다소 낮았으나 여자의 장수도가 극히 높아 전체 장수도가 가장 높았으며, 춘천시 남면은 남자와 여자의 장수도가 고루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과거 남해안과 제주도 등의 특정지역으로 제한되어 있던 장수지역이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중심으로 중산간지역으로 확대 이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권인순 교수는 2004년 세미나에서 강원도 장수노인의 의학적 특성에 대해 “강원도 지역에 거주하는 90세 이상의 장수노인 82명과 전국민 영양조사에 포함된 80대 이상 노인을 비교 조사했다”며 그 결과 “강원도 장수노인은 일반 노인에 비해 흡연 및 음주비율은 물론 만성질환 유병률이 낮았고,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전국민 당뇨병 유병률이 7∼8% 수준인 데 반해 강원도 장수노인의 경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장수노인은 한 명도 없었으며, 치매를 앓고 있는 장수노인도 없었다는 것.
또한 80∼89세의 대조노인의 경우 90%가 관절통증을 호소한 반면 강원도 지역 90세 이상 장수노인 34%만이 관절통증을 호소했고, 고혈압의 경우도 전국민 25% 정도가 고혈압인 데 비해 고혈압 장수노인은 4.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결과로 봤을 때 90세 이상 장수노인은, 80대 노인은 물론 국민 전체에 비해서도 ‘의학적으로’양호한 경우가 많았다. 한편 영양학적으로 장수노인은 헤모그로빈, 콜레스테롤, 중성 지방이 낮아서 영양불량 상태를 보였지만 대조군인 80대 노인에 비해서는 오히려 나은 편으로 나타났다.
외형적으로는 강원도 장수노인은 호남 장수노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체격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며, 체질량 지수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신체기능과 인지기능도 호남 장수노인보다 더 양호했다. 권 교수는 “전반적으로 장수도가 낮은 강원도에서 장수한 사람들은 그 환경을 이기기 위해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남대 식품영약학과 이미숙 교수가 호남과 강원지역에 거주하는 장수노인을 비교 조사한 결과, 호남과 강원 장수노인들의 흡연율은 약 20%, 음주율은 약 30% 정도로 비슷했고 규칙적인 수면시간과 식사시간도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강원지역 장수노인들이 호남지역 장수노인들보다 수면시간이 약간 짧고 하루 2끼를 먹는 비율이 약간 높았다.
한편 강원지역 장수노인은 식사 패턴도 달랐다. 지금까지 장수의 비결로 알려져 왔던 소식과 잡곡밥 섭취를 대부분의 장수노인들은 따르지 않았던 것. 박 교수는 “국내 장수노인들은 주식으로 잡곡밥보다 흰 쌀밥을, 부식으로 신선한 야채보다 반드시 데치거나 나물로 무친 형태를 섭취했다”면서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이 식사에 필수적이었고 식사량도 일률적인 소식보다 활동량에 따라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중 특이한 점은 야채를 반드시 데쳐먹는 것.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한 야채에는 질산염이 쌓이는데, 데치는 과정에서 질산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좋다.
또한 야채를 데치면 비타민이 다소 파괴되지만 노인들에게는 비타민보다 야채 속에 많이 든 섬유소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게 사실. 섬유소는 비만,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원인을 차단하고 변비 등 소화기 질환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절반 가까운 이들이 된장 등 장류를 매일 섭취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또 대부분 장수노인들은 음식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편이지만 튀긴 음식은 꺼려했다. 튀긴 음식은 기름 성분으로 인한 고열량 식품인 데다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에 장수를 위해선 피해야 할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천천히 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거나 노인일수록 잠이 적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장수노인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15∼30분으로 적정 시간인 30분∼1시간보다 짧았으며 평균 수면시간은 8∼10시간으로 일반 사람(평균 8시간) 보다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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