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뚱보… 햄버거 뚱보

• 서울 초중고생 비만 늘어 ‘12%’

• 고혈압·당뇨·지방간 등 합병증 시달려

[조선일보]
초등학교 6학년 정모군은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에 푹 빠져 지냈다. 학원 가는 길에 PC방에 들르기 일쑤고 주말이나 방학 때는 하루 3시간 이상 컴퓨터를 끼고 산다. 음식도 햄버거, 피자, 콜라만 찾고 밥과 김치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어머니 박모(45)씨가 “밖에서 두 시간 놀면 30분 동안 게임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다 학원 가는데 누구랑 노느냐”는 게 아들의 답변이었다. 이러는 사이 정군의 키는 150㎝에 불과했지만 몸무게는 51㎏가 됐다. 작년 학교 신체검사 때 내린 판정은 ‘경도 비만’.

주부 이모(43)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인 큰딸을 ‘요가학원’에 등록시켰다. 몸무게가 65㎏을 넘으면서 허리가 한눈에 봐도 알 정도로 확 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리 굵기가 어머니보다 굵어져 밤에 자다가 쥐도 자주 난다. 이씨는 “딸이 한밤중에 ‘으으윽~’하고 비명을 자주 질러 식구들이 잠에서 깬다”며 “어릴 때부터 과자를 사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시 최모(13)군은 3주 전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키 175㎝에 몸무게 100㎏의 최군은 학교 수업 도중 몸에 힘이 빠지고 현기증이 나는 증상 때문에 학교 옆 병원에 들렀다가 대학병원까지 후송됐다.

최군의 증상은 당뇨의 합병증 가운데 하나인 케톤산증으로 몸속 산도(酸度)가 높아지면서 뇌부종 등이 일어나는 치명적인 질환. 이 병은 보통 췌장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제1형 당뇨병에 흔하지만, 최군과 같이 비만으로 인한 제2형 당뇨 환자에겐 매우 드문 경우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이영준 전문의는 “최군은 10일 동안 입원해 혈당조절제와 식이요법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지만 앞으로도 최소한 1년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당뇨의 원인이 된 비만이 지속되는 한 언제라도 다시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신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학생 가운데 17만4606명(12.22%)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10명 중 1.2명꼴로 ‘공식 뚱보’임을 인증받은 셈이다. 특히 뚱보의 비율은 고교생이 15.87%로 가장 높아 입시 부담이 비만의 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비만의 정의는 표준 체중에서 20%를 초과하는 상태. 21%에서 30%까지 초과하면 ‘경도 비만’, 31~50%는 ‘중등도 비만’, 50%를 넘으면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비만학생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로 2004년과 2005년 한 해 사이에만 1만7천288명이 늘었다.

문제는 소아비만이 각종 질병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인제대 의대 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유선미 교수팀이 지난해 서울과 5대 광역시 등 전국 14개 중학교 학생 36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학생 587명 가운데 76.5%인 449명은 지방간 등으로 인한 한 가지 이상의 비만 관련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지니고 있는 중학생도 36.3%(213명)에 달했다.

서울시 교육청 학교보건담당 전석진 사무관은 “최근 생활환경 및 식생활 등이 급격히 바뀌면서 학생들의 감염성 질환은 감소한 반면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 등 만성퇴행성 질환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보건소는 서동초등학교 4~6학년 비만학생 36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늘씬이 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다. 체성분 분석, 하루 기준 열량을 넘지 않게 하는 식사일기 분석·평가와 ‘친구야 아침 먹자’ 등 영양교육, 체력 측정·운동일지 작성, 포크댄스 수업 등 운동교육을 받게 된다.

대한비만학회 소아비만위원회는 매년 여름방학에 ‘청소년 여름 비만 캠프’를 열어 비만인 중·고교생 30여명을 지방의 수련시설에서 비만 치료에 나선다. 참가비는 5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