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교급식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끼니를 거르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학생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각급 학교가 급식 프로그램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급식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식 현황=미국 내 12만여개 초·중·고교 중 90%가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총 2900만명의 학생에게 제공되는 점심식사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66억달러 규모다. 여기에 아침식사 제공에 드는 18억달러와 농무부가 식료품을 구입해 학교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예산 약 10억달러를 합치면 급식 관련 정부 지원의 전체 규모는 연간 95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학교급식 예산은 일종의 성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6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각종 사회보장 관련 예산 삭감을 제시했지만, 학교급식 예산에는 손대지 않았다. 지난해 연간 소득 2만4500달러 미만의 4인 가족 일원인 학생은 학교에서 무료로 식사를 제공받고, 연소득 2만4500∼3만5000달러일 경우 급식비 일부를 지원받도록 했지만 무자격 학생 1200만명이 지원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점=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아동인구 중 비만아 비율이 1960년 4%에서 2002년 16%로 급증했으며, 학교급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더글러스 베샤로프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우리는 아직도 빈곤층 아동이 굶주린다는 생각에 이들에게 과도한 영양이 들어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가 점심식사는 하루 권장 칼로리의 33%, 아침식사는 25%를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학생 비만을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고당분·고지방 식품과 음료를 판매하는 교내 벤딩머신은 연간 매출액이 10억달러 규모에 달해 의회에서 규제안이 논의될 때마다 관련 업체들이 이를 막기 위한 로비 활동에 매달리곤 한다.
그러나 학교급식 제도는 각종 이익집단의 이해가 걸려 있어 손대기가 쉽지 않다. 학교영양학협회(SNA)와 전미학교이사회협회(NSBA)는 학교급식 관련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예산을 많이 따내려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타이슨,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등 거대 식료품업체들은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정부의 식료품 구입 프로그램과 교내 벤딩머신, 급식 식단을 파고들고 있다.
학생의 이익을 대변하는 음식조사활동센터(FRAC)와 예산·정책우선권센터(CBPP)가 의회 등에 학교급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급식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박완규 특파원
[기사제공 : 세계일보 2005-07-03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