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던 120∼139/80∼89…이젠 ‘고혈압 전단계’
‘고혈압 전단계’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혈압 관리 기준에서도 적용되게 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5월 미국 고혈압합동위원회가 발표한 제7차 보고서의 ‘고혈압 전단계’를 우리나라 고혈압 지침에도 반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혈압이 정상 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높은 범위의 정상’은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된다. 즉 수축기 혈압이 120~139, 이완기 혈압이 80~89에 해당되면 ‘고혈압 전단계’다. 이 기준 보다 낮아야 정상 혈압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배종화(경희의대 교수)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진료지침제정위원회 위원장은 “혈압에 따라 각종 심장질환, 뇌 질환 등의 발병 여부를 추적해 본 결과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되는 혈압은 정상 범위보다 질병 발생 가능성이 더 컸다는 보고들이 많다”면서 “고혈압 전단계는 음식 조절, 운동 등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소금 섭취 줄이고
하루 30분 운동 꾸준히
병 되기 전 사전관리를
고혈압 전단계는 일단 ‘질병이 발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사실 고혈압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혈압이 이 기준들에 해당되면 뇌졸중, 심장 질환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압을 일정 기준으로 조절하면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질환 발병 가능성을 일정 정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혈압은 심장에서 뿜어 내는 혈액이 동맥의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으로 심장 근육의 크기나 힘, 혈관 상태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심지어는 몸무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에 따라 개인마다 정상 범위가 다를 수도 있다. 즉 어떤 사람은 고혈압에 해당되는 혈압을 가지고도 평생 멀쩡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고, 반면 정상 범위의 혈압으로도 뇌졸중 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치로 나타나는 혈압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통계적인 조사 방법을 통해 분석했을 때 혈압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뇌졸중 등의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배종화 위원장은 “혈압이 높으면 각종 순환기 계통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세계적 연구 결과”라며 “50여년 동안 계속돼 온 미국의 연구 결과에서는 ‘전단계’에 해당되더라도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와 여러 검토 끝에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하기로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철호(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는 “역학적 연구를 통해 미국의 지침이 우리나라에도 적합한지 분석되지는 않았지만, 혈압이 정상 범위를 조금만 넘어도 심혈관계 질환 합병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고혈압 조기 관리의 취지로 이번 지침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혈압 전단계에서는 아직 혈압 강하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음식 조절과 운동 등의 생활 습관을 교정하면 대부분 정상 혈압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각종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낮아진다.
학회는 고혈압 전단계라면 △체질량 지수(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18.5~24.9로 유지할 것 △포화지방산과 지방 섭취를 줄이고 야채, 채소, 저지방 유제품의 섭취량을 늘릴 것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이하로 제한할 것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할 것 △하루 30㎖이상의 알코올 섭취는 금할 것 등의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정상 혈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철호 학술이사는 “이 같은 생활 습관 교정으로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라도 평생 습관으로 간직해야 고혈압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혈압의 합병증이라 할 수 있는 뇌졸중, 심장질환 등을 줄이기 위해 고혈압 전단계를 관리하려면 무엇보다도 정확한 혈압을 측정하는 것과 각 개인이 자신의 혈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배종화 위원장은 “병원에서는 안정된 상태에서 2~3번 이상 혈압을 재는 정확한 혈압 측정이 꼭 전제돼야 하며, 각 개인들도 혈압이 정상이다 또는 높다고 기억하기 보다는 정확한 수치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미 고혈압이 있어 조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표 혈압은 기존의 기준과 같이 단순히 혈압만 높으면 140/90이하로, 당뇨나 신장 질환 등이 함께 있으면 130/80이하로 조절하면 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출처 :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