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 환자일수록, 치매 증상이 심할수록 남아 있는 어금니 수가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음식을 씹는 저작(咀嚼) 기능이 뇌의 인지 기능과 연관돼 있다는 의학계 통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황희진·심재용 교수팀은 노인전문 보바스병원(경기도 분당)에 입원한 치매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뇌MRI(자기공명영상)와 정신상태검사 등을 실시,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환자 그룹으로 나눈 뒤 구강 건강 상태를 비교 조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노화에 따라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를 말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좁아져 뇌혈류가 감소한 상태로, 뇌 기능 변화와 무관하게 생긴다.

조사 결과, 혈관성 치매 환자의 어금니 수는 평균 4개인 반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환자의 어금니 수는 평균 1.4개로 나타났다. 정상인의 어금니 수는 8개이다.

또한 치매 정도가 가벼운 그룹은 어금니 수가 3.7개인 반면, 중증인 그룹은 1.8개로 조사됐다. 즉 노인성 치매 일수록, 증상이 심할수록 남아 있는 어금니 수가 적은 것이다.

그 외 틀니 개수, 치주 질환 여부 등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2일 대한가정의학회에 발표했다.

심재용 교수는 “음식을 씹는 행위는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 활성도를 높인다”며 “저작 기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어금니 수가 적다면 뇌의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 연구에 따르면, 어금니를 뺀 쥐는 길을 잘 찾지 못하는 등 학습과 기억 능력이 떨어지고, 구강 한쪽으로만 씹게 한 쥐는 대뇌 좌우 신경 세포 밀도가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치매 환자들에게 남아 있는 전체 치아 개수는 평균 14개로, 이는 국내 75세 이상 노인의 잔존 치아 개수 16개보다 2개 적었다(2000년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어금니 수는 별도로 조사되지 않음). 치매 환자의 충치 수도 2.2개로, 일반 노인 1.5개보다 많았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