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땐 땀 흘려 혈관 확장… 식욕 감퇴·불면·피로 불러
규칙적인 수면·식사·운동…더위 탈출엔 냉온욕 효과

올 여름도 꽤 더울 모양이다. 아직 6월인데 수은계는 벌써부터 3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덩달아 세상도 축축 늘어진다.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게을러져 꼼짝도 하기 싫어진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초래된 인체 생리현상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여름철 신체의 변화 =기온이 높아져 체온이 상승하면 몸의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땀을 흘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피부 표면 온도가 34.5도 이상 올라가면 땀이 난다. 땀이 나기 위해선 피부의 혈관이 확장돼야 하므로 혈압이 평소보다 약간 낮아진다. 그러나 혈관이 확장되면 이 곳에 더 많은 피가 몰려야 하므로 자연히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땀을 심하게 흘려 혈액의 점성이 높아지면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온 몸의 말초 혈관이 확장돼 이곳으로 피가 몰리면 자연히 몸의 다른 조직에 공급되는 피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먼저 뇌로 공급되는 피의 양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과 정신활동 능력이 떨어진다.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식욕감퇴, 권태감, 피로감, 무기력감 등도 쉽게 느끼게 된다. 근육에 공급되는 피가 감소돼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운동능력이 평소보다 떨어지며, 근육 안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쉽게 축적된다. 그밖에 위장에 피 공급이 감소되면서 소화불량, 변비 등의 증상이 생기며, 신장 혈관이 수축되면서 신장기능이 감퇴되고 소변 배설량도 줄어든다.

◆ 건강한 여름나기 =여름철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열(熱)피로’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빠져 나감에 따라 피로, 현기증, 구역질, 식욕감퇴, 가슴 울렁거림,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이같은 증상은 특히 고온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땡볕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 외판원 등에게 쉽게 나타난다.

예방을 위해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하고, 뜨거운 햇볕 아래서 심한 육체활동을 삼가야 한다. 특히 노인들은 탈수가 돼도 갈증을 더디 느끼거나 못느끼는 경우가 많아 열피로가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름을 이기기 위해선 규칙적인 수면,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운동 등으로 체력을 기르고 인체 리듬을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엔 체력 소모가 많으므로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걸러선 안된다. 과격한 운동이나 과로, 과음, 스트레스 등으로 인체 리듬이 깨지면 불면증, 소화장애, 감기, 불쾌감 등 각종 증상이 초래된다. 여름철엔 인체 각 시스템이 일종의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과 같으므로 과음·과로 등으로 인한 증상은 평소보다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한편 더위 때문에 교란된 중추신경계를 바로 잡는데 냉온욕(冷溫浴)이 효과적이다. 혈관의 수축과 확장이 반복되면서 혈액순환이 촉진돼 피로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또 외부 온도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키워져 무더위를 이길 수 있게 된다. 냉탕에서 먼저 시작해 1분 정도씩 6~8회 냉온탕을 하고 냉탕에서 끝내는 게 좋다. 냉온욕이 심장에 부담이 되는 심장병, 고혈압 환자 등은 더운 물과 찬 물을 대야에 받아 놓고 무릎 아래만 물에 담그는 각탕법(脚湯法)으로 냉온욕을 즐길 수 있다.(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도움말:강희철·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준현·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경식·강남경희한방병원 원장>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