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사는 사람들] 허리띠 풀기전에 수저 놔라

오키나와, 야채-콩 매일 9가지이상 먹어…암발생 세계최저

사람은 먹는 대로다(We are what we eat).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식단이라는 오키나와 식이요법이 건강·장수를 만들었다는 견해에 장수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오키나와 장수 비결을 논하는 데 있어, 돼지고기는 “숨소리 빼고 다 먹는 장수식”이라고 할 만큼 ‘신화(神話)’로 떠받들어져 있다. 그러나 “돼지 자체보다 동물성 지방을 없애는 방법이 주효했다”는 것이 류쿠대 다이라 가즈히코(平良一彦) 교수(의학박사)의 분석이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끓이거나 삶으면서 기름을 걷어내는 요리법에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크레이그 윌콕스 오키나와 현립 간호대 교수도 “오키나와인들이 돈육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2차대전 이후고, 높은 식물성 탄수화물, 낮은 지방·단백질, 적은 소금 섭취 같은 ‘영양 균형’에서 장수 비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오키나와 내에서도 최고 장수촌으로 꼽히는 오기미(大宜味) 마을 주민들은 다른 농촌 지역에 비해 육류 섭취량은 2.5배, 녹·황색 채소는 3배, 콩류는 1.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하루 소금 섭취량은 9g, 100세 이상 노인은 7g에 불과했다. 신선하고 다양한 야채, 건강한 단백질을 함유한 생선 등 기후·지리적 산물에, 소금 의존도를 줄인 건강 요리법을 보탠 결과다.

오키나와 국제대 스즈키 마고토(鈴木信) 노인학부 학장(심장병·노인병 전공)은 “오키나와인들의 일상 식생활은 서양의 3대 질병인 관상동맥 심장병·뇌졸중·암 발병률에서 세계 최저를 기록하게 한 배경이 됐다”며 “야채·두부·해초·삶은 고기·생선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저(低)칼로리 야채 중심 식단이 뇌졸중 억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오키나와 백세인들은 음식의 78%를 채식으로 하고, 매일 7가지 이상의 야채와 과일, 2가지 이상의 콩류를 섭취하고, 고구마(복합 탄수화물)·현미·메밀국수(섬유질)를 식단의 기초로 삼아 왔다”고 했다. 실제 경험한 오키나와 요리에는 삶건 데치건 날 것이건 야채가 빠지는 법이 없었다.

‘허리띠를 풀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소식(小食) 습관도 장수 요인이다. “채식 위주의 다양한 식단은 포만감을 주고 영양공급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방 섭취를 줄이는 효과를 냈다”고 스즈키 교수는 말했다.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고 말하는 오키나와 장수 노인들의 실제 식사량은 적은 편이었다.

이 밖에 오키나와 장수학 전문가들은 수세미·여주(항암·비타민 공급) 쑥(위장 강화) 자스민차(심장병·암·노화 방지) 곤약(소화력 강화) 미역·다시마·김·톳 등 해조류(단백질·칼슘·요오드 공급) 같은,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들이 건강·장수에 큰 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오키나와=朴瑛錫기자 yspark@chosun.com )

[조선일보] 2003.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