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셔도 살찌면 지방간 위험
지난달 박모(33.서울 신사동)씨는 뜻밖에도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술꾼들에게나 흔한 병'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았다. 의사는 박씨가 비만하기 때문에 지방간이 생겼다며 살을 뺄 것을 권했다.
지방간은 간의 지방 무게가 간 전체 무게의 5%를 넘는 경우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는 "지방간은 만성 간염.간경변처럼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며 "지방간의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술이고 다음이 비만"이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당뇨병.고지혈증.결핵.영양실조 등으로 지방간이 생기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일반 성인의 5%,비만환자의 25~75%가 지방성 간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은 오랫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은 간경변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 중 일부(지방성 간염, NASH)는 간경변으로 발전해 환자를 숨지게 할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는 "과거에 원인이 불분명했던 간경변증의 상당수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비만과 당뇨가 함께 있고 45세 이상이라면 지방간이 간경화 등으로 악화될 위험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비만 때문에 지방간이 생겼다면 지방을 포함한 열량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하게 든 신선한 과일.야채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문유선 교수는 "체중을 떨어뜨리고 지방 소비를 높여주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며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줄이면 지방간이 치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간 환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황달.오심.구토.복부 통증 등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지방간은 일반적인 진찰로는 발견하기 어렵고 간기능검사.혈액검사.복부 초음파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가장 정확한 것은 간조직검사다.
박태균 기자
[중앙일보] 200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