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비만 뇌졸중·심근경색 부른다

김연수/whitewhite@munhwa.co.kr

작년에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은 김모(48)씨는 의사로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술, 담배를 끊어라”는 말을 들었지만 다른 동료들도 거의 비슷한 말을 들은 터라 개의치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일이 음식 주의하며 술 담배를 피해 가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갑자기 뇌경색으로 병원에 실려간 뒤에야 비로소 의사의 지적을 떠올렸지만 이미 늦은 상태.

이 경우처럼 이미 건강검진을 통해 혈관의 위험 상태를 지적 받고도 무자각, 무증상으로 인해 경고를 무시하거나 잊고 지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병이 일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며 많은 경우의 뇌졸중은 이런 경고를 무시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에서 줄곧 1, 2위를 다투는 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50대 이후에 특히 높고 70대 이후의 사망원인에선 거의 압도적이다. 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수는 10∼12월에 급격히 증가하는데, 뚝 떨어진 기온으로 피부혈관이 수축되는 데다 운동량이 줄어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 이는 한국인의 혈중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을에 가장 높다는 사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뇌졸중은 혈관이 비만한 사람에 있어 뇌속에 분포돼 있는 미세 혈관들이 가장 먼저 막히게 되거나 터질 때 발생한다. 혈관비만, 즉 상당한 정도의 즉 동맥경화가 있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며, 동맥경화가 극도에 달해 동맥내강이 70%이상 막혔을 때에야 말초혈관부위의 혈류가 감소하며 증상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동맥경화로 인한 합병증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반신마비나 심장마비 같은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진단이 어렵다. 갑자기 팔다리의 힘이 빠진다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며 한쪽 얼굴이 저리는 등의 증상은 뇌졸중을 직전에 알리는 위험신호다. 이 정도면 상황이 급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찾아오기 전에 뇌졸중 위험인자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선 망막혈관이 손상되면 뇌졸중 발생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의 옹 티엔인박사는 망막 혈관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뇌졸중의 위험이 크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51∼72세의 남녀 1만여명의 디지털 망막사진을 분석하였더니, 이중 110명에게서 3.5년 뒤 뇌졸중이 발생했다.

즉 망막혈관이 좁을수록 뇌졸중의 위험이 커지며 망막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미세동맥류가 있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3배나 높다는 지적이다. 굳이 망막혈관 이상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간단한 초음파 촬영술을 통해 혈관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동맥경화 및 혈관질환 이상의 조기발견에 사용되는 초음파혈관촬영술은 혈류속도를 측정, 혈관의 어느 부분이 비만 상태인지를 알아내는 간단한 검사법이다.

이를 통해 혈관 이상을 조기 발견할 확률은 90~95%. 종래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비용의 5분의1 정도가 들며 반복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손저림이나 어지러움을 자주 느끼는 경우 심한 두통환자들은 한번쯤 받아볼 필요가 있다.

혈관비만은 오랜 세월에 걸친 생활습관과 신체조건으로 형성된 만큼, 혈관에 일단 지방이 끼기 시작하면 회복되는데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혈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선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 흡연은 동맥경화 자체를 가속화시키며 이미 손상된 혈관의 수축을 가져오는 위험인자이다.
또 추울때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갑자기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운동은 혈액순환을 돕고 지방소비를 늘리므로 꾸준하게 하면서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스트레스는 지방대사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갈시키므로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도록 한다.

식단은 현미잡곡밥과 두부, 콩, 채소, 과일, 해조류 위주의 자연식이 좋다. 이와 함께 싱겁게 조리하며, 기름을 사용하려면 식물성 기름을 쓴다. 그러나 식물성이라고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기름이 오래되면 불포화지방산이 저절로 포화지방산으로 변하므로 신선한 기름을 쓰고 조리 직후 먹어야 한다. 나물은 무침 같은 조리법이 좋다.

비타민 C는 혈관의 탄력과 건강에 필수적이며, 비타민 B군은 당질이나 지방 대사에 작용해 체지방 축적을 감소시키고 혈관의 건강을 지키는데 중요하므로 충분히 섭취한다. 특히 검은콩에는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춰주는 비타민 E와 칼륨, 혈관근육을 부드럽게 해주는 칼슘이 풍부하여 고혈압환자에게 좋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도움말: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지회교수, 힘찬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