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 혹하다간 혹붙여요
“몇달 전만해도 165㎝의 키에 67㎏의 몸무게를 자랑하던 ‘뚱보()’ 아줌마. 이것저것 좋다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끝에 우연히 알게 된 ‘0000 ××다이어트’. 2개월만에 18㎏을 감량한 후 ‘0000 ××다이어트 전도사’로 나선 그녀의 이유있는 주장을 들어본다”
여성잡지를 비롯해 일간지, 유선방송,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체험기 형식을 띤 다이어트식품 광고 가운데 하나다.
식품 광고에 이처럼 체험기를 게재하는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광고제품만 사용하면 체험기 속의 인물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건강보조용 식품 제조·판매업자들은 유명 연예인의 체험기는 물론 섭취 전후의 비교사진, 효능·효과 연구결과까지 곁들여 마치 획기적인 효능을 가진 신약이 개발된양 허위·과대 광고를 일삼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들은 살빼는 데에, 건강보조식품(건강기능식품)들은 주로 정력을 강화하고 만성질환을 개선하는 데에 각각의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이거나 부풀려 광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허위·과대 광고는 근절되지 않은 채 소비자 피해는 늘어만 가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지난 1~3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605건이 접수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5건에 비해 9% 늘어났다. 피해사례 유형별로는 계약시 감량목표 또는 광고만큼 살이 빠지지 않아 효과가 불만족스럽다는 경우가 197건(39.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작용으로 인해 더이상 제품 섭취가 불가능하거나 병원치료까지 받은 경우가 120건(24.0%), 충동구매이므로 해약하고 싶다가 105건(21.0%), 가격이 고가라는 이유가 33건(6.6%)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부터 식품의 허위·과대광고 근절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모두 815건의 허위·과대 광고를 적발해 427건을 사법 당국에 고발하고 나머지 440건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이어트 및 건강보조 식품에 대한 허위·과대 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데에는 식품 당국의 단속이 미흡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허위·과대 광고행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이 낮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처벌규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지만 법원 판결은 모두 벌금형이고 그 액수도 많아야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허위·과대 광고로 인해 감수해야 할 처벌이 실제로는 수백만원대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데 반해 허위·과대 광고에 의한 판매이익은 벌금액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허위·과대 광고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소비자들은 스스로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다어어트 및 건강보조 식품을 선택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판매업자의 얘기만 듣지 말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등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다이어트 및 건강보조 식품들은 특별한 효능이 있는 천연물(허브·herb)을 배합해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식품에 첨가되는 천연물은 대부분 생물학적 활성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전통약물의 약리작용에 대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에스노파마콜로지>는 지난해 5월 발행된 75호를 통해 와파린 성분의 혈전용해제(항응고제)를 마늘 또는 생강과 같은 천연물과 함께 복용할 경우 와파린의 약효가 비정상적으로 강화되는 등의 부작용 사례(표)를 일부 밝혀 놓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와 관련해 ‘건강보조식품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해는 되지 않는다’ ‘천연(natural or herbal)이란 말이 있다면 그 제품은 건강에 유익하고 안전하다’ 등의 가설들은 종종 틀릴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건강보조식품 선택 요령으로 ‘사실로 믿기에는 너무 좋은 것이 아닌가’ ‘복합적인 연구 결과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지는 않았는가’ ‘정부, 학계, 저명한 의료기관 또는 건강 관련단체가 제공하는 정보인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도음말=류종훈 경희대 한약학과 교수
한일규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앙기동단속반 반장
박혜경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과 보건연구관
[한겨레신문] 200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