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아도 참으세요 안그럼 당뇨가…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쉽다. 또 당뇨병과 같은 만성퇴행성 질환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당뇨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생활수준의 향상, 노령인구의 증가, 생활 양식의 서구화, 자동화 기기의 발달로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당뇨에 걸린 사람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 불과 30만명 정도였던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00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 30대 이상의 13.6%가 당뇨병 환자로 나타났다. 2010년 후에는 국내 인구 4명중 1명이 당뇨로 고통을 받는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소인, 바이러스, 비만, 노화, 식사습관, 약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스트레스도 당뇨 발생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부신피질에서 이른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티졸을 분비하게 된다”며 “코티졸은 당뇨 발생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사람의 뇌하수체는 신장 윗부분에 붙어있는 부신피질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호르몬은 부신피질을 자극해 코티졸을 분비하도록 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코티졸은 핏속의 혈당을 올리고, 근육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도 포도당으로 바꾸며, 지방을 분해해 지방산의 농도도 높여 피 속의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또 피 속의 포도당을 각 조직으로 저장함으로써 포도당의 혈중농도를 떨어뜨리는 인슐린의 작용도 막고 심지어는 식욕을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이 있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이다. 이런 모든 상황이 피 속의 당이 지나치게 높은 당뇨병의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이런 상황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면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 신 교수는 “특히 당뇨성의 소인을 가진 사람, 예를 들어 부모가 당뇨가 있었다거나 비만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뇨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당뇨병은 내분비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며 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이 부족하거나 분비 장애가 생겨 발생한다. 그렇지만 아직 인슐린 결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확실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당뇨병의 치료 및 관리상 가장 큰 문제점은 여러 신체 기관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고 또 그에 따라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합병증이다. 김두만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성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며, 매년 새로 혈액투석을 받게 되는 환자의 절반 이상, 뇌졸중 환자의 20~30%, 심혈관질환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의 30~40%도 당뇨병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가 있다고 해서 이런 합병증이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들은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의 발생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 방법으로는 식사 조절, 적당한 운동, 약물 요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식사 조절은 음식 종류에 관계없이 골고루 먹도록 하며 전체적인 칼로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해로운 음식은 없으나 전체적인 양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적절한 운동을 꼭 병행해야 한다. 김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몸의 구석구석 작은 혈관들에 피를 보내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고 근육과 지방세포의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켜 혈당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 “운동은 심장과 폐의 기능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적절한 체중 유지에도 도움이 되어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음식 조절과 적절한 운동을 통해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혈당을 낮추는 약이나 인슐린을 병행한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해 관리하는게 최선이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다시 말해 당뇨병에 걸린 뒤 비로소 몸 관리에 들어가지 말고, 평소 좋은 생활습관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 당뇨병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hani.co.kr
[한겨레신문] 200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