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뉴스 추적/ 쏟아지는 건강보조식품
아무리 영약일지라도 잘못 쓰면 ‘독’
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에 관심이 많은 민족이 있을까. ‘몸에 좋다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스갯소리는 ‘보신(補身)’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바람에 보약과 보신식품, 건강보조식품들이 불티나듯 팔려 나가고 있다.
최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건강보조제로 오가피를 달여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가피 선풍’이 불고 있다. 오가피 재배·판매 업체에선 기력을 증가시키고 만병을 예방·치료하는 신비의 약재라고 선전에 열을 내고 있다. 본래 오가피는 맵고 따뜻한 성질 때문에 혈액 순환을 돕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좋은 약재이다. 그러나 진음(眞陰)이 부족해 허열이 뜨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최근엔 인진쑥에 대한 광고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며 항상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 간이 나쁜 사람에게 특효가 있다는 게 판매 업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인진쑥은 황달을 치료하고 습열을 제거하는 치료약이지 술독이나 몸의 피로를 푸는 회복제가 아니다. 웅담처럼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명약도 염증을 치료하거나 해독작용을 지닌 약재이지 만병통치 보약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웅담만 먹으면 만병이 낫고, 몸이 튼튼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
최근 신문이나 방송·잡지의 건강 관련 기사가 늘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건강 의학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대중을 위해선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건강의학 정보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도식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이해될 위험도 있다. 여기에 건강보조식품 업체들의 과대광고까지 겹쳐 일반인들의 건강 상식은 상당히 왜곡돼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한약재나 건강보조식품을 잘 활용하면 건강을 증진시키고 병도 치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상식이나 업자들의 선전 문구에만 현혹돼 한약재 등을 잘못 복용하는 경우엔 아까운 돈을 허비할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아무리 명약이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신(補身)’에 대한 심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어쩌면 ‘보신(補身)’으로 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최은우·서울 가정한의원 원장)
[조선일보] 200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