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사는 사람들] ‘삶은 돼지고기’의 비밀

해로운 기름기는 거의 빼주고 구울때 생기는 發癌물질 적어

백세인 조사에서 육류(肉類)를 좋아하는 백세인은 드물었다. 그러나 ‘삶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백세인이 눈에 띄게 많았다고 박상철 교수팀은 분석했다.

전남 곡성군의 이만석(98) 할아버지와 전남 영광군의 이용애(108) 할머니 등 상당수 백세인들이 삶은 돼지고기를 즐기는 음식으로 꼽았다. 삶은 돼지고기를 즐기는 것은 장수 지역인 제주도와 오키나와 백세인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제주도의 김순이(가명·102) 할머니는 매일 아들에게 “돼지 족발을 사오라”고 재촉한다. 김 할머니는 세끼 모두 돼지고기로 끓인 국을 먹을 때도 있다. 제주도에선 잔치나 초상이 나면 ‘몸국’이란 국을 먹는다. 이것은 된장국에 돼지 뼈를 삶으면서 그 속에 ‘몸’이라 불리는 해조류를 넣은 것이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조리법엔 돼지고기를 굽는 경우가 드물다. 박상철 교수는 “오키나와에서도 돼지고기를 항상 삶아서 먹는다”며 “삶으면 몸에 해로운 기름이 쫙 빠진다”고 말했다.

돼지고기엔 불포화지방산(리놀산·아라키돈산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포화지방산보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덜 증가시키기 때문에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10배나 많은 비타민B₁을 포함하고 있다. 비타민B₁은 탄수화물의 대사를 돕고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흰 쌀밥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생리 물질이다.

이미숙(50)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150℃ 이상에서 조리하면 헤테로사이클릭, 아민류 등의 돌연변이 유발성 물질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즉 고기를 불에 굽거나 튀기는 것처럼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면 발암(發癌) 물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는 조리법은 고기의 기름기(포화지방산)를 빼줄 뿐만 아니라 발암 물질도 유발하지 않는다. 이 교수의 실험 결과, 숯불→석쇠→철판 순으로 돌연변이 유발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 교수는 또 “고기를 굽더라도 상추·깻잎 등 채소와 된장을 곁들여 먹으면 돌연변이 유발성 물질이 억제됐다”며 “음식의 조리법 및 식사법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秦聖昊기자(팀장) shjin@chosun.com )
(朴瑛錫기자 yspark@chosun.com )
(安勇炫기자 justice@chosun.com )

[조선일보] 200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