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카페인에 중독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카페인과 당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수퍼마켓에서 무심코 집어든 과자, 경품 타는 재미에 사먹은 패스트푸드, 별 생각없이 마신 탄산음료를 꼼꼼히 점검해보면 놀랄 만큼 카페인과 당분이 많기 일쑤다. 이런 고지방 고열량 음식에 입맛이 길들어지면 소아 비만이 될 위험이 높으며, 어른이 된 뒤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도 크다. 대한소아과학회 영양이사 서정완(이대 목동병원 교수) 박사와 조선일보가 이 문제를 함께 짚어봤다. ( 편집자주 )
우리나라 어린이는 방과 후 학원을 돌거나 과외·학습지를 하느라 노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집에서 쉴 때도 게임·컴퓨터·TV 때문에 주로 앉아 있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보통 주당 23~24시간씩 TV를 보는데, TV에는 이들을 겨냥한 간식 광고가 넘친다. 대부분은 당분·염분이 높은 고지방 고열량 식품이다. 운동량이 적은데 TV나 컴퓨터를 보며 음료수와 과자를 먹는 나쁜 습관이 붙으면 고치기도 어렵고 뚱뚱해지기 쉽다.
커피를 마시는 어린이는 드물다. 그러나 커피우유나 커피맛 빙과류, 카페인이 든 탄산음료, 초콜릿, 초코우유 등에도 카페인은 들어있다.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저도 모르게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콜라 등 탄산음료 1캔(40㎎)·초코바 1개(40㎎)·차 1잔(50㎎)에 들어있는 카페인도 만만찮은 분량이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자주 안절부절하고 심장이 빨리 뛰며 신경질적이고 흥분하는 일이 잦다. 잠을 잘 못자고 소변도 많아진다.
미국에서는 콜라를 많이 먹는 어린이는 충치가 생길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콜라 속 인산 때문에 뼈가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페인이 없는 스포츠 음료도 칼로리가 높긴 마찬가지다. 중고생은 “잠을 쫓는다”는 핑계로 한잔 두잔 마신 자판기 커피 때문에 저도 모르게 카페인 중독이 되기 쉽다. 인스턴트 커피를 종이컵으로 1잔 마시면 대략 75㎎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간식을 먹지 못하게 할 순 없다. 어린이에게 하루 1~2번의 간식은 영양섭취에 필수적이다. ‘만점 간식’은 첫째, 몸에 좋은 기본 간식으로 식사시간까지 아이들이 배가 고프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어주는 것이다. 과일·빵·고구마·저지방 우유·달걀 등을 골고루 먹이면 좋다. 특정 음식에 치우치는 것은 금물. 예컨대 칼슘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과 변비가 심해진다. 저지방 우유를 하루 1~2컵쯤 먹이고, 두부·뱅어포·두유·멸치, 잎사귀가 넓적한 녹색 채소(깻잎·무말랭이·고춧잎) 등을 활용해 나머지 칼슘을 보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패스트푸드를 억지로 먹지 못하게 하면 아이가 부모 몰래 사먹게 된다. 먹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정 먹고 싶어하면 간간이 사주되, 몇가지 원칙을 세우면 좋다. 피자를 먹을 때 샐러드 바를 함께 이용하게 하고, 음료로 콜라 대신 과일 주스를 택하게 하라. 햄버거를 사주는 대신 감자튀김은 못 먹게 하고 귤을 하나 주거나, 양념치킨을 먹을 때 지방이 몰린 껍질 부위는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패스트푸드는 가능한 낮에 먹도록 하고, 먹은 날은 평소보다 좀더 운동하게 한다.
셋째, 라이프스타일은 절반 이상 음식이 좌우한다. 음식은 습관이다. 아이들이 좋은 식습관을 갖도록 하라. 아이와 건강 정보를 나눠서 부모의 말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하라.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해롭지만, 과일을 많이 먹으면 키가 크고 예뻐진다”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을 보거나 음식을 준비할 때 아이가 거들게 하고, 부모가 몸소 건강한 식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 서정완·이대 목동병원 소아과 교수 )
[조선일보] 200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