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만 최고'라는 식습관은 문제있다]
경향신문/ 2002.8.6
연초부터 전국을 휩쓴 채식열풍. 채식이 몸에 좋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면서 너도나도 야채와 잡곡을 찾았다. 채식전문 식품가게가 속속 생겼는가 하면 채식정보를 제공하는 동호회와 인터넷 사이트도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연초보다 열기는 다소 가라앉은 듯하지만 여전히 ‘채식’은 건강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잘못된 채식을 고집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몸에 좋은 걸까?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채식하는 사람’(vegetarian)이라고 하면 우선 동물성 식품은 아예 먹지 않고 곡류, 콩, 야채, 해조류 등만 섭취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인 ‘베전(vegan)’을 떠올린다. 그밖에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은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 달걀은 먹는 ‘오보(ovo) 베지테리언’, 유제품과 달걀까지 먹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등도 있다.
채식을 하면 일반적으로 건강에 나쁜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이 줄어드는 반면 건강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진다. 또 체중조절은 물론 고지혈증을 조절,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변비에 좋으며 일부 항암효과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채식주의처럼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으면 단백질, 철, 칼슘, 비타민 ●, 비타민 D, 엽산 등이 부족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때 체력 저하 및 신진대사 기능의 감소가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부족하면 빈혈을 초래하는 비타민 ●의 경우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있어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에게 가장 결핍되기 쉽다. 간, 계란 노른자, 육류, 녹황색 채소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철분은 일반적으로 동물성 식품을 통해 흡수율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슘은 우리나라 식단에서 가장 부족한 영양소다. 한국인 1일 영양 권장량에 따르면 칼슘은 일일 700㎎이 권장되나, 한국인은 보통 식사로 약 400~500㎎ 정도만 섭취한다. 우리 식단에서 육류를 지나치게 줄이면 탄수화물이 상대적으로 과다한 식단이 되기 쉽다. 탄수화물 과다섭취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고 복부비만을 불러온다.
채식만 할 경우에도 식단 조정을 잘 하면 영양결핍을 피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어렵다. 채식만 한다고 곧 나타나는 증상은 없으나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성장을 하는 어린이, 청소년, 임신부 및 수유부, 노인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간혹 체중조절 목적으로 채식만을 고집하는 경우 여기에 과도하게 신경을 쓴 나머지 거식증 같은 장애가 오는 수도 있다.
1998년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섭취에너지의 영양소 구성비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 66:15:19로 이상적인 65:15:20에 접근하고 있다. 청소년의 지방섭취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50세 이상의 성인은 지방질이 오히려 부족한 편이었다. 또한 영양소별로는 남녀 모두 칼슘 및 리보플라빈(비타민 ●)이 부족하고, 여성은 비타민 A 및 철분도 부족하다. 비타민 C와 소금섭취는 오히려 지나쳤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채식주의가 더 좋은지 또는 무엇을 먹는 것이 몸에 좋은지는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영양소의 섭취를 엄격히 통제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면 의사들은 보통 “무엇을 먹는가보다 얼마나 균형있게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인은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되, 만성 퇴행성 질환의 예방을 위해 동물성 지방이나 인스턴트 식품의 지나친 섭취를 경계하면 된다. 채식주의를 선택한 사람도 완전 단백질 식품인 우유 및 유제품이나 달걀까지는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극단적 채식주의자는 충분한 양의 식물성 단백질, 도정하지 않은 현미 및 잡곡, 김, 미역, 다시마의 해조류, 깨, 땅콩, 호두, 잣 같은 견과류를 골고루 먹어 필수 아미노산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자체적으로 생성되지 않는 9가지 아미노산은 우유, 달걀, 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에 풍부하다. 콩류, 곡류 등의 비동물성 식품에도 필수 아미노산이 많지만 음식에 따라 일부 아미노산이 부족하므로 채식만 하면 이들을 보충할 수 없다.
건강한 식생활은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고 적정량의 칼로리를 챙기며 끼니를 거르지 않는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금연, 규칙적인 운동, 여유있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성인병 예방과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탄수화물과 지방질 섭취를 줄이고 살코기, 생선, 두부 등 단백질 음식과 섬유질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