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전지구적인 전염병”

과체중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지구적 전염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를 보면, 이미 세계적으로 3억명 이상이 비만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더 많은 국가와 젊은 세대로 확산돼 지난 7년 사이 전세계에서 비만인구가 50%나 늘어나는 등 엄청난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18~29살의 성인에게서 비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과체중이나 비만은 벌써 25%에 이를 정도다.

더욱이 비만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다른 여러가지 질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비만과 이에 따른 합병증이 현재 성인뿐만 아니라 사춘기 소년소녀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용이 전체 의료비용의 5.7%를 차지하고 있고, 포르투갈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는 평균 2~4%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비만에 대한 21세기 도전’이란 주제로 국제비만 세미나(주최 유럽비만학회, 후원 로슈)가 열렸다. 세계비만학회 스테판 로스너 회장(스웨덴 카롤린스카대학 내분비내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세미나에서 50여개국의 세계적인 비만전문가 20여명과 비만치료 전문의 800명 등은 “비만이 더이상 선진국가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이른바 전지구적인 전염병이면서 아울러 미래 건강을 위해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숙제”라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이 세미나에서 국제생명과학연구소 춘밍첸 교수는 중국에서 1990년 이래로 20~70살에 이르는 24만여명의 성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과체중과 비만의 분포가 각각 33.6%와 7.6%를 차지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중국 대도시인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는 현재 7~12살 어린이의 12%가 과체중, 11%가 비만일 정도이며, 대만에서 청소년들의 비만율도 74년 2%였으나 90년에는 17.4%로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비만이 증가하는 원인은 과거 10년 전보다 지방질이나 전체 에너지 흡수가 많은 식이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더이상 일상에서 노동집약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롬노 노사디니 이탈리아 디파도바대학 교수는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들의 경우, 정상을 넘어서는 체중으로 인해 담낭(쓸개)질환이나 암,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여러가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 중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비만전문가 앤 울프 박사는 “세계적으로 비만으로 지출하는 의료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1995년 비만으로 지출한 직접적인 의료비용은 516억4천만달러로 제2형 당뇨병(532억달러), 관상동맥질환(CHD·400억4천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강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체질량지수 20~24.9㎏/㎡)들의 연간 의료비용과 비교했을 때, 과체중환자들은 25%가 많고, 비만환자(체질량지수≥30)들은 44%로 거의 두배 이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만은 그로 인해 얻게 된 질병으로 결근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산성에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94년에 전반적으로 비만인 전체 노동자의 경우 건강체중을 유지하는 이들에 비해 최고 3900만일 정도를 결근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비만이 의료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에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경우 의료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올려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울프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치료비용 절감을 고려한다면 체중을 10%만 줄여도 1인당 200~5300달러의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미나에서 로스너 세계비만학회장은 “비만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의사들이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으며, 환자 또한 어떻게 몸무게를 줄여야 하는지 적절한 충고를 듣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랑 골레이 스위스 제네바대학 내과 교수는 “비만치료가 힘든 까닭은 환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고 당장의 효과를 얻으려고 하며 환자들이 비만에 동반되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합병증에 너무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수연 대한비만학회 교육이사(전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도 “비만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인데도 대개 비만 환자는 3개월 안에 현재 체중의 20~30%를 감량하기를 원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