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우습게 알다 ‘큰 장’ 다친다

대장암 환자 증가 속도, 위암·폐암 앞질러…구미식 식습관이 원인

복병이 나타났다. 간암이나 폐암을 걱정하는 사이에 대장암은 16년 동안 202.2%나 증
가했다. 같은 기간에 폐암이 35.6% 늘어난 데 비하면 엄청난 증가 속도이다(표 1 참
조). 의학계는 대장암 발생률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 2010년 이전에 간암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표 2 참조). 이제 위·간·폐가 보내는 ‘신호’에만 관심을 가
질 것이 아니라 대장이 보내는 신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의학계에서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까닭은 식습관이 구미
화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정승용 박사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육류 위주의 식습관
이 일으킨다”라고 말했다. 과일·야채·곡물을 섭취해서 대변 양이 많고 변을 보는
횟수가 잦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적다. 과일이나 야채에 풍부한 섬유소가 장 운동
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가공한 식품과 육류를 섭취하면 대변 양이 적
고 대장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대변을 분석해 보면, 육식을 주로 하는 사람은 채
식을 하는 사람에 비해 발암 물질을 3배 이상 배설한다. 게다가 변을 자주 못 보기 때
문에 발암 물질과 대장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대장암이 폐암(남성)과 유방암(여성)에 이어 남녀 모두 두 번째로 많이 사망하는 암이
다.

가족 중 환자 있으면 일단 ‘의심’

궤양성 대장염 또한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설사와 혈변을 동반하는 궤양성 대장염
은 자가면역질환인데, 장기간 지속될 때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장암의 또 다
른 원인은 가족력에 있다. 대장암 환자 10명 중 1명 가량은 가족 가운데 대장암 환자
가 꼭 끼어 있다(5~10%). 대장암 진단을 받은 김 아무개씨(28)가 그런 경우이다. 그
의 어머니는 45세 때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모자가 모두 대장암 환자라는 사실에 주
목한 이동근 원장(한솔병원)은 김씨의 형제 오남매를 모두 검사했다. 검사 결과 큰형
과 둘째 누나에게서 대장암이 발견되었다. 김씨네처럼 가족 가운데 대장암 환자가 2
명 이상 있을 경우에는 전가족이 대장암을 각별하게 경계하고, 조기 검진을 받아야 한
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장암은 일찍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고 위암·간암·폐암에 비해
치료율이 높다는 것이다.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박재균씨가 10년 동안 대장암 환자 1천
9백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1기와 제2기 초기 환자는 84.3%가 완치되었
다. 제2기 말기(79.2%)나 제3기(61.5%) 환자도 치료 성적이 좋았다. 온몸으로 암세포
가 번진 제4기 때에만 5년 생존율이 31. 5%대에 머물렀다.

대장암 증세는 제1기에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제2기쯤 되어야 자각증세를 느낄 수 있
는데, 암세포가 발생한 대장 위치에 따라 다르다. 오른쪽 대장은 왼쪽에 비해 굵다.
그래서 우측 대장암인 경우에는 종양이 상당 부분 자랄 때까지 자각 증세를 느끼기 어
렵다. 우측 대장암이었던 정 아무개씨(52)는 설사와 함께 체중이 줄고 머리가 어지러
울 뿐 뚜렷한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 정씨는 “배가 더부룩하고 설사를 해서 위에 탈
이 났는 줄 알았다. 설사 때문에 체중이 줄고 어지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지 대장암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정씨 경우처럼 우측 대장암은 설사·빈혈·체중 감
소와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정씨는 제3기에 발견해서 무사히 수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좌측 대장암이었던 문 아무개씨(47)의 경우에는 증세가 조금 달랐다. 문씨는 1
년 전부터 변비가 생기더니, 변에 가끔씩 코 같은 점액이 묻어나곤 했다. 변비가 점
점 더 심해지면서 변에서 피가 나왔다. 혈변을 발견한 뒤 병원에서 검사했더니 대장암
으로 판명되었다. 왼쪽 대장은 관이 가늘기 때문에 문씨의 경우처럼 변비와 혈변이 나
타난다.

혈변은 직장암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며칠 전 직장암 수술을 받은 윤 아무개씨
(49)는 10년 동안 변비약을 복용해 왔다. 변비약을 장복할 정도로 장 기능이 시원치
않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부터 변비약을 먹어도 변을 시원하게 볼 수 없고 혈변마저 나오자 의사를 찾았다. 직
장암은 다른 대장암에 비해 배변 후중기(변이 남은 느낌)가 심하고, 통증이 크다.

이들처럼 제2~3기 증상인 배변 습관 변화, 혈변이나 빈혈이 나타난 뒤에 병원을 찾더
라도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간혹 제4기로 발전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50대 이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