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줄이려면 술 끊어라
중년 남성들의 최고 고민 중의 하나가 ‘뱃살’이다. 아들 딸에게 “아빠는 배둘레
햄’이란 놀림을 받아도 허허 웃고 넘기지만, 속으로는 ‘이대로 가다가는 성인병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 어머니가 정성껏 마련한 음
식을 사양할 수 없어 다 먹은 뒤 허리띠 구멍을 한 칸 늘였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하면서 뱃살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와 뱃살로 고민 중이거나 치료 중인 김영주(44·
85㎏·37인치), 송철호(35·97㎏·39인치), 정해용(36·86㎏·39인치)씨가 병원 근처
‘라바헬스클럽’에서 만났다.
▲박용우 교수 =뱃살이 문제라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김영주 =앉았다 일어날 때, 계단 올라갈 때, 조금 뛰기라도 하면 숨이 가쁘다는 것
을 느끼면서 뱃살을 의식하게 됐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운동을 꽤 했는데, 나이 들면
서는 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 =많은 분들이 나이들면서 배가 나오면 으레 나잇살이려니 생각하고,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이 오면 그제서야
화들짝 놀랍니다. 사실 뱃살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배가 나온 것은 그동안 건
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즉 평소 생활이 결코 건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
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김 =나이먹으면 젊을 때보다 체중이 느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요.
▲박 교수 =20대 초반에 60㎏인 사람이 40대에 65㎏이 됐다고 가정합시다. 단순히 지
방이 5㎏ 증가한 게 아닙니다. 근육은 오히려 2㎏ 줄고, 지방은 7㎏ 늘었다고 봐야 합
니다. 배가 나온 모양은 비슷해도 20대와 40대의 내장 지방 양은 무척 다릅니다.
▲송철호 =결혼 전에는 68㎏ 정도였는데 몇 년 만에 30㎏쯤 늘었습니다. 배가 나와도
별로 불편한 것은 없는데….
▲박 교수 =송 선생님의 경우 부인께서 병원에 예약해서 지금 비만 치료를 받고 계십
니다. 본인보다는 가족이 뱃살의 심각성을 더 느끼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송 =선생님도 체중을 많이 줄이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 교수 =지난 일년 동안 72㎏에서 60㎏으로 줄였습니다. 허리도 35인치에서 30인치
로 줄였죠. 작년 8월 미국에 교환 교수로 가면서 운동이 자율신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
한 연구 프로젝트에 지원해 주로 운동을 통해 살을 뺐습니다. 아는 분들이 살을 뺀 비
법을 알려달라고들 하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려 좀 많다 싶을 정도의 운동 외에 비법
은 없습니다.
▲정해용 =종합검진에서 비만 판정을 받고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먹는 양은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습니다만, 운동량을 늘이는 것은 어려워요.
▲박 교수 =현대 도시 사람들은 일부러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출퇴근 때도 승
용차를 이용하면 운동량은 형편없이 적습니다. 저는 지금도 만보기를 차고 다니는데,
꽤 걷는 날도 7000보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걸어야 1만보를 걸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저녁에 애들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도 아이들 놀 때 혼자서 주
위를 뛰는 등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 =체중을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합니까. 기준이 있나요.
▲박 교수 =어느 정도의 체중이 건강에 가장 바람직한 지 기준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체중, 체형, 대사율 등이 다르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는 20대 초반의 체중 더하기
5㎏ 정도로 봅니다.
▲정 =술을 끊으면 체중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까요.
▲박 교수 =비만에서 가장 큰 문제가 술입니다. 저는 맥주를 참 좋아하는데, 작년 미
국 가서 술을 끊으니까 일주일만에 2㎏이 빠지더군요. 그와 아울러 운동을 시작해 체
중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체중을 줄이려는 분들께 저는 ‘3개월만 술을 끊어보라’고
권합니다. 이 기간 동안 술을 끊고, 체중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면 그 이후에
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본인이 알아서 음주량을 조절합니다. 그러려면 술 좌석에
서 ‘너 혼자만 오래 살아라’는 등 욕먹는 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송 =직장인들은 회식 때 고기 먹은 다음 대개 밥이나 냉면을 먹습니다. 또 술 먹고
집에 가서 밥을 챙겨 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것들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됩
니까.
▲박 교수 =그렇습니다. 고기 먹고 밥먹는 습관만 없애도 뱃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남을 만큼 시켜서 배불리 먹게 한 다음 ‘음식 남기
면 죄’라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 과식을 유도하는 문화도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음
식을 남기는 것도 문제지만, 과식이 이어져 비만 인구가 늘면 그에 따른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