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암사망률 폐암 1위

한국인의 암 사망률에서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최근 통계청의 발표
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인구 10만명당 폐암 사망자는 90년 14.4명에서 2000년 24.4명
으로 증가했고, 위암은 같은 기간에 31.5명에서 24.3명으로 줄어 간발의 차이로 2위
로 내려앉았다. 앞으로 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져 폐암 사망율이 인구 10만명당 70명
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폐암은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당장 특단
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증가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20년 뒤부터라도
폐암을 줄이려면,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폐암이
암 사망율 1위이지만, 감소세로 돌린 미국의 사례를 곰곰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연정책사에서 획을 그은 해가 1964년. 1950년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논
문이 미국과 영국에서 최초로 나온 지 10여년만에 미 의회가 흡연과 건강에 대한 보고
서(surgeon general)를 냈다. 당시 미국의 담배소비량은 최고 수준이었다. 보고서를
계기로 미 정부는 금연정책을 적극 펴기 시작했다. 금연정책은 크게 ▲흡연의 폐해 교
육 ▲금연 방법 교육 ▲금연 환경 조성 등으로 이뤄졌다. 초기에는 흡연의 폐해를 알
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금연 환경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담뱃값을 계속
올리고,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점점 좁혔으며, 담배 광고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초기 노력에도 불구, 폐암 사망률은 계속 증가해 94년쯤에는 인구 10만명당 70
명을 넘어서 최고를 기록했다. 금연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
의 담배소비량과 폐암 사망률 추이 그래프는 미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지금부
터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펴더라도 2020년까지 폐암 사망률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
다. 지금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80%에까지 육박했던 지난 70년대 남성
흡연률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금연정책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펴더라도 20~30년
전부터 담배를 피워온 사람들은 그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된 이래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오고 있다.
그러나 흡연율은 65%(남성 성인)에서 감소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과 청소
년 흡연율은 상당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담배를 끊는 성인들은 늘고 있지만, 그 이
상으로 담배를 새로 피우는 청소년들이 늘기 때문에 폐암을 줄이기 위한 금연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40~50대는 대부분 20세 이후에 흡
연을 시작했으나, 요즘 청소년들은 15세를 전후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흡연 시
작 연령이 낮을수록 폐암 발생의 위험성은 높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0%선인 무서운 암이지만,
모든 암 중에서 예방법이 가장 뚜렷한 특징이 있다”며 “담배를 끊는 것은 무척 어려
우므로 유치원,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을 통해 아예 담배를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
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 임형균기자 hyim@chosun.com )

[조선일보] 2001.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