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호르몬은 ‘신비의 묘약’인가


◆사진설명 : 최근 성장 호르몬을 중년 이후 성인에게는 노화 방지를 위해,키 작은
어린이에게는 성장 촉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그러나 한편에선 성장 호르몬이 당뇨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반론도 있다./조선일보 DB 사진
진시황의 ‘불로초’를 현대 의학의 힘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 생로병사는 자연의 법
칙이다. 하지만 늙고 병드는 것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면 죽음도 미룰 수 있다는 말
이 된다.

노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학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있다. 노화의 비밀에
다가가는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성장호르몬’. 성장호르몬은 젊음을 유
지하는 ‘신비의 묘약’이란 주장과 ‘늙는 것을 막기는커녕 수명마저 단축할 수 있
다’는 비판이 엇갈리는 가운데 치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른들은 노화를 막
고, 어린이들은 키를 키워준다’는 성장호르몬의 허와 실을 살펴본다.

( 편집자 )

갓 태어난 아기는 체중이 3㎏, 키는 50㎝ 안팎이다. 이처럼 조그만 아기는 어떻게
몸무게와 키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일까. 그 신비를 쥐고 있는 열쇠가 ‘성장호르
몬(Growth hormon)’이다. 성장호르몬은 미국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젊음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눈길을 받기 시작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활발하게 분비되며
뼈가 자라고 근육의 성장을 촉진해 몸을 쑥쑥 자라게 만든다.

성장호르몬은 이름 그대로 ‘성장’에 관여하는 탓에 20대를 넘으면 10년마다 분비량
이 14%씩 감소해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성장기를 지나 25세
이후에는 뼈의 성장에 기여하는 대신 인대, 콜라겐 등을 증가시키고, 근력을 높이며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또 척추의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이 발생하지 않
게 해준다.

다 크면 별로 필요없는 것으로 보였던 성장호르몬이 사실은 ‘노화의 키’를 쥐고 있
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성장호르몬은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년에 접어들어 성장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성기능 감퇴 ▲시력약화 ▲체중
의 급증 또는 급감 ▲주름살의 증가 ▲근육과 피부가 늘어짐 ▲머리카락이 가늘어짐
▲몸속에 당이나 콜레스테롤의 증가 등 각종 노화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다. 그렇다면 감소하는 성장호르몬을 인위적으로 투여하면 노화를 늦추거나, 이른바
‘회춘’도 가능하다는 뜻이 될까.

미국 위스컨신 의대의 레온.C.테리, 에드먼드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은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발달시키며, 성기능을 개선시켜준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를 보
면 근력 88%, 지구력 81%, 성욕 75%, 피부의 탄력성 71% 등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유럽 노화방지학회에 공식 보고된 내용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6개
월 후에 근육이 8.8% 증가했고, 혈압이 낮아졌으며, 청력과 시력의 회복됐다는 것이
다.

마른 체형에 배만 불쑥 나온 사업가 김모(55)씨. 부부생활도 원만치 않아 고민하던
그는 성장호르몬 클리닉을 찾았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3개월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난 뒤 뱃살이 들어가고 성욕
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며 산뜻한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여성들도 성장호르몬을 사용한다. 폐경기 여성들이 각종 폐경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받기도 하지만, 성장호르몬을 쓰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승인, 안전성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 있지
만, 그 효과가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는 않아 불안함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주목
해야 할 부분이 성장호르몬이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 미국 오하이오대
에디슨 생명공학연구소 존 캅칙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
히고 의사들이 성장호르몬을 신중히 처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지금까지 보고된 부작용은 갑상선 기능저하증, 당뇨병, 두통, 근육병 등의 발
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투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값도 만만치 않다. 노화방지를 위해서는 성장호르몬에 DHEA, 멜타토닌 등을 섞어 투
여한다. 성장호르몬은 키 크기 위한 어린이 용량의 5분의 1~10분의 1가량 적게 쓰지
만 월 100만~300만원 가량 든다.

( 임형균기자 ) ( 도움말: 허갑범·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권도윤·클리닉나인 원
장 )

[조선일보] 2001.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