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vs 빵 “건강하려면 밥을 먹어라”

쌀 단백질, 콜레스테롤 떨어뜨리는 효과
된장국·생선·나물 곁들인 식단 ‘영양 균형’

1970년대 ‘분식장려운동’의 영향 탓인지 밥보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밥보다 면이 칼로리도 낮고 건강에도 좋다고 믿는다. 신세대들은 밥보다 빵을 좋아한다. 햄버거·피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들 때문에 집집마다 쌀독이 줄지 않는다. 이래저래 ‘밥심’으로 살던 우리나라 사람의 쌀 소비량(하루 평균 215.9g)은 2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성인병을 예방하려면 빵·면보다 밥을 먹는 게 좋다. 식품·영양학자들의 대체적인 충고다.

◆ 쌀과 밀의 영양소 비교 =과거 쌀보다 밀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던 이유는 밀의 단백질 함량(100g 중 10g)이 쌀(100g 중 6.2g)보다 조금 많기 때문. ‘푸성귀’만으로 식단을 차리던, 단백질 공급원이 거의 없었던 가난했던 시절의 일이다. 그러나 이젠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 한국식품개발연구원 하태열 박사는 “밀 등 다른 곡류에 비해 쌀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리진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며 “쌀에는 그 밖에 여러 가지 비타민과 기능성 물질도 많아 영양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국민 상용식품 비타민 함량 데이터베이스(비타민 지도)’에 따르면 조사 대상 90개 식품 중 쌀의 비타민(비타민 B6, D, E, 엽산) 함량이 가장 높았다. 밀가루는 38위였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는 “우리가 먹는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된 것”이라며 “빵이나 면을 먹을 땐 수입 밀가루의 재배와 선적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농약과 약품이 살포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밥을 먹을까, 빵(면)을 먹을까 =쌀밥은 특별한 맛이 없으므로 된장국, 생선, 나물, 김치 등을 곁들여 먹게 된다.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의 ‘밥 중심 식사’는 편식하게 되는 ‘빵(면) 중심 식사’와 달리 영양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반찬에 들어가는 콩이나 참기름 등에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고지혈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전래의 ‘밥 중심 식사’는 섬유소 함량이 높아 칼로리가 낮으며, 소화기관 안에서 물을 빨아들여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결과적으로 소식(少食)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밥·된장국·삼치구이·시금치나물·배추김치로 구성된 ‘밥 중심 식사’의 경우 지방으로부터 섭취하는 에너지 비율이 19%다. 그러나 식빵·계란 프라이·샐러드·우유 등을 먹는 ‘빵 중심 식사’는 지방 에너지 비율이 53%에 달한다. 손 교수는 “아침에 빵을 먹는 게 밥을 먹는 것보다 간편하고 칼로리도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영실 교수는 “흰 쌀밥보다 가급적 잡곡밥을 먹는 게 좋다”며 “단순히 백미에 부족한 영양소를 잡곡으로 보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잡곡에 들어있는 서로 다른 아미노산들이 보강효과를 일으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영양과 조영연 팀장은 “빵이나 국수류보다 밥이 훨씬 소화가 잘 된다”며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은 밀가루 음식을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백미의 소화율은 98%, 밀가루는 80% 정도다.

◆ 밥이 당뇨·고지혈증을 예방한다 =쌀의 영양적 가치가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쌀밥이 성인병의 예방에 미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식품개발연구원 하태열 박사팀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바에 따르면 쌀(백미와 현미)을 먹인 쥐는 밀이나 옥수수 등 다른 곡류를 먹인 쥐보다 콜레스테롤(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낮았으며, 쌀 단백질은 쥐의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미국의 크라포 박사 등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빵이나 감자를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쌀밥을 먹으면 완만하게 상승해, 쌀이 여러 곡류 중 ‘혈당지수’가 가장 낮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내당성(耐糖性·당을 분해하는 능력)이 높아져 당뇨병이 예방된다.

하태열 박사는 “그 밖에 쌀에 있는 펩타이드란 물질은 혈압상승을 억제하며, 비타민E·엽산·토코트리에놀 같은 강력한 항산화제는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며, 쌀 섬유질은 유해 중금속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막고 변비를 예방한다”며 “동물실험 결과지만 쌀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억제해 암의 발병도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임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