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 >> 건강ㆍ의학
패스트푸드 중독 ‘조리법·대체식품’으로 고친다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 대신 초등학생 손녀(11)를 돌보는 이모(여·61)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고기를 두 개씩 끼워 넣은 더블 햄버거, 포장지까지 기름이 흠뻑 배어나온 양념 통닭, 햄과 불고기와 치즈를 듬뿍 얹어 구워낸 피자…. 키 140㎝, 몸무게 50㎏이 넘는 손녀가 날마다 패스트푸드만 찾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가 야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아무리 먹지 말라고 해도 패스트푸드만 찾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했다.
◆ ‘푸드 브리지(Food Bridge)’란 =사람의 식습관은 만 3~4세에 형성된다. 이 시기에 무엇을 즐겨 먹었느냐에 따라 평생 입맛이 결정된다. 문제는 어릴 때 아무리 부모가 신경을 써서 몸에 좋은 음식만 먹여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히 패스트푸드를 찾게 된다는 것. 영양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를 1인분 이내로 1주일에 1~2번 먹는다면 몰라도, 그 이상 찾는다면 지나치게 체중이 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미국 부모들도 마찬가지. 최근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야채를 먹으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 꾀를 쓰라”는 기사가 실렸다. ‘꾀’란 고칼로리 음식을 단번에 끊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조리법과 재료를 바꿔가며 몸에 좋거나, 최소한 덜 해로운 음식을 먹도록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푸드 브리지(Food Bridge)’. 요컨대 건강한 식습관으로 가는 ‘다리(bridge)’를 놓아주라는 뜻이다.
◆ 맛이 비슷한 재료로 시작하라 =이승남 베스트클리닉 원장은 “가령 아이가 햄버거를 좋아할 경우, 햄버거 빵 대신 식빵을 이용해 샌드위치를 해주고, 그뒤 다시 보리빵이나 호밀빵으로 바꾸라”고 말했다. 속에 넣는 고기를 프라이팬에 굽는 대신, 기름이 밑으로 빠지는 석쇠에 굽는 것만으로도 100㎉가 줄어든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고기 대신 얇은 저염 햄을 끼워 먹인다. 토마토에 바르는 마요네즈는 샌드위치로 옮겨오면서 슬쩍 생략하라. 기름이 지글거리는 더블버거는 대략 1500㎉(백미밥 1공기의 5배)이지만, 얇은 햄을 끼운 보리빵 샌드위치는 800~900㎉이다.
양념 통닭이나 닭 튀김을 좋아한다면, 우선 닭을 꼬챙이에 끼워 조리하는 전기구이 통닭으로 바꿔 먹이는 게 좋다. 가장 좋은 조리법은 닭 백숙이다. 자장면을 좋아하는 아이는 우동을 먹게 하라. 식빵에 달콤한 땅콩버터를 듬뿍 발라 먹는 아이에겐, 식빵 대신 사과에 땅콩 버터를 발라 주고, 그뒤 사과만 준다. 찐 감자에 버터를 넣어 으깬 ‘매시드 포테이토’를 좋아한다면, 우선 찐 감자 대신 찐 고구마로 같은 요리를 해주고, 다시 찐 고구마를 찐 당근으로 슬쩍 바꾼다. 탄산음료는 영양분은 전혀 없고 칼로리만 높다. 탄산음료 대신 과일맛 우유를 주다가, 그뒤 흰 우유와 생과일 주스로 바꾸도록 한다.
◆ 못 먹게 하지 말고, 덜 먹게 하라 =비만 전문가인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톰 워든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게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세상에 사는 아이에게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한 덜 해로운 메뉴를 골라, 최소한으로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크림 스파게티 대신 토마토나 해산물 스파게티를 고르는 것이 낫다. 아이가 볶거나 튀긴 음식보다는 찌거나 구운 음식을 택하고, 구울 때 가능한 한 기름을 적게 쓴 음식을 택하도록 버릇을 들여야 한다. 라미용 삼성서울병원 영양과장은 “아이의 활동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튀김이나 전은 이틀에 한 번꼴로 1인분 이내로 먹는 것이 적정량”이라고 말했다.
피자를 주문할 때는 반죽 가장자리에 치즈를 집어넣은 것 대신 일반 피자를, 밑에 깔린 빵이 두꺼운 것(pan) 대신 얇은 것(thin)을 선택하도록 한다.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는 반드시 야채 샐러드를 함께 먹게 해야 한다. 그러나 샐러드에 뿌리는 드레싱은 현명하게 택해야 한다. 야채만 먹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100㎉를 넘기 어렵지만, 마요네즈를 쓴 드레싱은 한 술에 50~70㎉나 된다. 드레싱 다섯 술만 먹어도 공기밥 1공기와 맞먹는 셈. 올리브유를 사용한 산뜻한 드레싱을 택하는 것이 낫다.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아이 없다 =오후 4시 이후 간식은 금물이다. 허기진 채 저녁 식탁에 앉게 해야 야채를 먹이기가 한결 쉽다. 아이가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버틸 때 강권해선 안 된다. 부모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왜 안 먹는지 모르겠다”며 직접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 그뒤 다음 식사 때 다시 권한다. 이런 식으로 15번 이상 반복하면 결국 먹게 된다는 것이 미국 영양학 전문가인 수전 로버츠 박사의 충고다.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