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식사가 여드름 유발”
미국 연구진, 피부학회지 발표
식생활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던 여드름이 서양식 식사를 통해 촉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 로렌 코데인 박사팀은 피부학회지 최근호에서 고(高)당질 식사인 서구식이 여드름의 원인이 된다고 발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연구팀은 가공된 곡식과 가공.정제식품 등 고당질 서양식 식사를 하면 인슐린과 인슐린양 인자(IGF-1)분비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테스토스테론의 생성량이 많으면 여드름이 생기기 쉽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고 있는 이론. 이 호르몬으로 인해 과다 생성된 피지(皮脂)가 땀구멍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든 연령대의 미국인이 서양식을 하고 있으나 유독 청소년기에 여드름이 많은 것은 "성장기인 10대들이 인슐린에 대해 저항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뉴기니아(1천5백명).파라과이(1백15명)의 외진 지역에서 여드름 발생빈도를 조사했다. 이곳에선 여드름 환자를 한 명도 찾지 못했다. 이들 식탁에는 과일.야채.해산물.살코기 등 가공.정제되지 않은 음식이 올랐다.
반면 서양식을 하는 뉴기니아.파라과이 도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드름 환자가 다수 발견됐다.
연구팀은 여드름을 걱정한다면 당원지수(식품을 먹은 후 혈당이 얼마나 빨리 오르는가를 나타냄)가 낮은 식품을 골라 먹으라고 조언한다. 살코기.생선.야채.과일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저당질 식사를 하더라도 모든 여드름이 치유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전자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여드름을 갖게 된 사람들은 식생활을 바꿔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 피부과학회는 "아직 '여드름은 음식을 통해 발생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피부학 교과서를 개정할 의사가 없다"고 발표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학자들의 의견도 "여드름과 음식은 별 관계가 없다"는 쪽이다.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스트레스나 잘못 짜서 생기는 염증 등이 여드름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며, 결핵약.호르몬 치료제.술 등도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는 "개인마다 체질이 다양하므로 환자가 과거에 특정 음식을 먹은 후 여드름이 나빠진 경험이 여러 번 있으면 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
[중앙일보] 2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