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학 초점/ 생선 먹으면 심장병 걸리나
존스홉킨스-하버드대 엇갈린 연구 발표 당혹
미국의 권위 있는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은 최근호(11월 28일자)에서 수은이 축적된 생선을 먹으면 심장병을 일으키는지에 관한 존스홉킨스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의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나란히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축적된 수은의 농도는 심장병 발병률과 비례한다’는 1995년 핀란드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행해진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엘리제오 구알라 교수팀은 심근경색이 있었던 중년 684명과 비슷한 나이의 정상인 724명의 발톱 속 수은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수은 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 발병률이 평균 2.2배 높았다. 구알라 교수는 “생선 속에 많은 ‘오메가 3 지방산’이 심장병 발병을 억제하지만 수은의 위협은 그보다 더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장수술을 받았거나 심근경색을 경험한 470명과 비슷한 수의 정상인의 발톱 속 수은 농도를 측정한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월트 윌넷 교수는 “생선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수은 축적이 많았으나 심장병 발병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윌넷교수는 “그러나 생선을 많이 먹은 사람의 심장병 발병 가능성이 조금도 높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로 생선의 유해성 여부가 불거지자, 미국심장협회는 오메가 3 지방산의 심장병 예방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를 재삼 강조하며 “생선의 심장병 예방 효과가 더 크므로 생선을 많이 먹는 게 좋다”고 밝혔다. 다른 심장병 전문의들도 “이번 연구결과 때문에 생선 먹기를 중단하거나 줄일 이유는 없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계속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은은 산업 공해 때문에 발생하지만 환경 속에서 자연 발생하기도 한다. 공기를 통해 물 속으로 수은이 녹아 들면 플랑크톤 등이 이를 삼켜 독성이 있는 메틸수은으로 변화시킨다. 이 플랑크톤을 먹은 물고기에게 수은이 축적되며, 상어나 황새치처럼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물고기일수록 수은 축적이 높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환경보호국(EPA) 등은 생선 속의 수은이 태아와 어린이의 뇌 또는 뇌 신경발달을 저해하는 것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에 따라 임신부, 1년 이내에 임신 예정인 여성, 6세 이하 어린이는 상어, 황새치, 옥돔, 왕고등어 등 4종류의 생선을 먹지 말고 다른 종류의 생선도 1주일에 340g 이상 먹지 말라는 가이드 라인을 정해 놓고 있다. 소비자·환경단체 등은 참치 등 13종의 어종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공전’에서는 어패류 수은 농도를 ‘0.5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섭취 가이드라인이나 어패류에 대한 수은 축적 실태 조사도 행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환경보호국 등의 수은 축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옥돔 1.45 , 황새치 1.0 , 상어 0.96 , 왕고등어 0.73 , 배스 0.52 등으로 비교적 높다. 송어는 0.42 , 참치는 0.32 이다. 그러나 참게 0.09 , 가리비 0.05 , 캣피시(메기의 일종) 0.07 으로 매우 낮으며, 연어, 굴, 새우에는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해에서 서식하는 어패류에 수은이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는 조사가 없어 알 수 없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조선일보] 200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