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보감―진피(귤 껍질)] 비타민C 풍부… 감기에 탁월
귤은 새콤달콤한 맛과 상큼한 향기까지 두루 갖춘 데다 껍질만 까면 쉽게 먹을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의학적으로도 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회복 및 감기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귤에 얽힌 재미있는 중국 고사가 있다. 청나라 초엽 광동성 화주에 관리가 기침,감기로 고생하여 숱한 의원에게 치료받았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날 밤,기침이 끊이지 않자 하인에게 약을 다려올 것을 명했다. 때마침 떠다놓은 물은 떨어지고 날은 춥고 게으름이 동한 하인은 처마 밑 빗물받이 독에서 물을 떠다 약을 달였다. 다음날 감쪽같이 관리의 기침이 멎자 놀란 관리가 사연을 듣고 빗물받이 독으로 가보았더니 귤나무 꽃과 껍질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결국 귤껍질을 달여먹고 기침,감기가 뚝 떨어진 것.
귤은 이처럼 감기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소화기관에 생긴 병을 치료할 때에도 즐겨 사용한다.
잘 익은 귤의 껍질을 말린 것을 진피라고 부른다. 습기와 한기를 없애고 체한 것을 풀어주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소화가 잘 안 돼 헛배가 부르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구토가 잦을 때도 쓰면 좋다.
본초강목에서는 구역질과 대장이 막힌 것을 다스리며,요리에 넣어 먹으면 고기의 비린내와 독을 푼다고 쓰여있다. 또 영남잡기에서는 귤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신비할 정도로 효과가 있어 그 값어치가 천금이나 된다며 약효를 칭송한다.
가정에서 귤의 소비가 늘어나는 때,알맹이는 먹고 귤껍질은 말려 가정 상비약으로 재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소화가 잘 안 되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을 때는 진피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좋다. 진피 20g을 물 300㎖에 넣고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 뭉근하게 끓인다. 차를 마실 때 진피는 걸러내고 맛을 위해 설탕이나 꿀을 타서 마셔도 된다. 또 몸이 오슬오슬 떨리는 초기감기에는 생강을 약간 넣어 끓이면 더욱 효과적이다.
진피는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소음인에게 적합한 약재. 그러나 진피의 약성이 맵고 쓰고 따뜻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속이 쓰리고 기운이 떨어질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성환 /자생한방병원 제2내과 진료부장
* 2002.11.13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