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충분히 한 뒤 술잔을 들어라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망년회 술자리 약속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한해의 힘든 기억들을 떨어내버리자는 망년회의 취지는 좋지만, 술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 술자리가 잦은 사람들도 과음으로 치닫기 쉬운 망년회 술자리는 버겁기만 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지나친 음주는 간 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술먹는 기회가 많은 만큼 간 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다. 40대 남자의 경우 지난해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여자보다 무려 9배나 높았다.

잘못 알려진 술에 관한 지식을 올바로 잡고 술자리에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술이 센 사람은?

‘술이 세다’는 것은 개인의 간 기능 중에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술이 센 사람이라도 간을 손상시키는 주량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또 간의 알코올 분해 효소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적고, 선천적으로 부족한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동맥경화를 방지하고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알코올 양은 하루 30∼50g정도이다. 30g이면 맥주컵, 소주잔 등 주종에 따른 각각의 잔으로 세 잔 분량이다. 그리고 권장된 것보다 적게 마신다 하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금주하는 날로 정하는 것이 좋다.

◇좋은 안주와 함께라면?

술자리에서 좋은 안주를 통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면 간의 손상뿐 아니라 심장질환, 신경계질환, 빈혈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단백질이 부족할 때 알코올성 간 질환들이 잘 생기므로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를 많이 섭취할 필요가 있다.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콩, 두부, 땅콩, 호두, 해산물, 우유, 채소, 과일 등도 좋다. 그러나 안주가 아무리 좋아도 많은 양의 술은 간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음주 전 숙취 예방용 드링크를 먹으면?

술 마시기 전에 마시는 숙취 예방용 드링크들은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있어 숙취해소에 약간의 도움은 되나 이들의 효과를 과신하고 과음을 한다면 술에 의해 간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술 깨는 데는 사우나가 최고?

과음 다음날 사우나에 가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거나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면 몸의 탈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우나보다는 그냥 푹 자면서 쉬는 것이 숙취 해소에 좋다. 술 깨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콩나물국, 조개국, 북어국 등을 꼽을 수 있다. 귤, 오이와 같이 수분이 많은 과일과 야채도 좋다.

◇과음에 의한 간 질환은?

알코올성 간 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 경화의 단계를 밟는데, 지방간 증상은 대개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나 일부는 온 몸의 피로,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알코올성 간염은 초기 증상이 매우 다양하여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다행히 알코올성 간 질환은 초기에 금주를 하면 간 기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으나 좋아졌다고 해서 다시 술을 마시면 안된다. 간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함으로써 금주를 해도 간 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성 간 질환 이외에도 지나친 음주는 급성 및 만성 췌장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하며 특히 흡연과 음주를 병행하는 경우 췌장암과 식도암 등 악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정준표 영동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홍원선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


<건강을 지키면서 술 먹는 방법>

- 식사를 충분히 한 후에 술을 시작한다.

- 갈증이 날 때는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신 뒤 술을 시작한다.

- 술은 작은 잔으로 마신다.

- 술은 잔에 가득 따르지 말고 반만 따른다.

- 양주는 반드시 얼음이나 물을 타서 마신다.

- 받은 술잔은 바로 마시지 말고 시간을 갖고 마신다.

- 술잔은 한번에 비우지 말고 여러 번에 나눠 마신다.

- 여러가지 술을 섞어 먹지 않는다.

- 술자리에서 이야기나 노래를 많이 한다.

- 술자리에서는 남을 비판하기보다는 칭찬을 많이 한다.

[한겨레신문] 200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