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유산균 寶庫’ 뒤늦게 명성
한국의 전통 먹을거리인 김치관련 산업이 뜨고 있다. 이제는 미국이나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지역으로 김치의 세계화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의 월드컵 축구 열풍은 김치를 한국의 상징 음식으로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해외로 수출된 한국산 김치는 6900만달러 정도. 이와함께 김치냉장고 등 김치관련 제품의 수출도 늘고 있다.
우리의 김치가 세계인의 식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등에서는 고춧가루에 다이어트성분이 있는 것이 입증돼 한국산 고춧가루먹기 열풍이 분지 오래다.
문화일보는 이같은 김치세계화에 발맞춰 매년 가을 김치박람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치와 관련된 특집을 시리즈를 엮어 본다.
◈역사 속의 김치〓김치의 유래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삼국시대에 이미 지금과 같은 각종 채소류가 이용됐다는 기록으로 미뤄볼 때 그 이전부터 이용됐을 것이란 게 학계의 추측이다. 어원은 배추를 소금에 절여 담근다는 뜻의 한자어 ‘침채(沈菜)’라는 말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김치전문가 박갑수는 “침채를 팀채로 발음하다가 점차 ‘팀채→딤채→짐채→김채→김치’의 변천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 문헌들에는 딤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채소를 절여먹는 방식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식 제조법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 독일에서도 채소를 소금 등에 절여서 먹는다. 그런데도 유독 김치만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젖산 발효식품인 까닭이다.
◈최고의 건강식품 김치〓영양적 측면에서도 다른 나라의 ‘김치류’와 질적으로 다르다. 김치에는 각종 영양소 외에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산, 젖산균 등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다. 연구 결과 변비와 동맥경화를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빈혈예방, 노화 방지,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햄버거, 피자, 핫도그 등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김치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서구식 식생활 보급으로 성인병에 의한 사망률이 지난 1950년 26%에서 1981년 67.5%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들에게 한국김치는 성인병 예방식품, 미용식 등으로 통한다. 김치에 대한 관심은 극성스러울 정도다. TV는 물론이고, 각종 잡지에서 연일 김치관련 특집을 내고 있다. 김치담금 강습회, 한국으로의 김치여행도 유행이다.
◈김치산업의 역사〓상업용 김치로서 대량 생산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6·25전쟁 이후 군 급식용으로 대량생산된 게 효시다. 1960년대 월남 파병 당시 제조방식에 통조림 제작공정이 처음 이용됐다. 80년대에 중동파견 근로자들을 위한 납품용으로 생산되다가 90년대에 들어와서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김치업체 수는 500개 정도. 선두업체인 두산의 ‘종가집 김치’가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원, 농협에 이어 제일제당, 풀무원 등의 신규 시장참여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치시장 규모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핵가족화 등 사회환경의 변화로 지난 99년 3500억원에서 2000년 4000억원, 2001년 4600억원으로 해마다 10% 이상 성장추세에 있다. 올해 시장규모는 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김치산업의 세계화〓얼마전 김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고 ‘김치 종주국’ 한국의 위상을 위협받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일본이 김치를 제치고 자신들의 ‘기무치’를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등록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우리측에 발각됐다. 김치조차 일본 상술의 대상이 된 것이다. 김치를 일본 식품으로 오해하는 외국인들이 적지않은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치를 더욱 경쟁력 있는 수출상품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김치 생산업체간의 협력과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삼규 한울농산 상무는 “중국산 김치가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제 김치시장에서 껄끄러운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나라 김치도 종주국 김치로서 고급화, 특성화하면서 시장 선점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양수/yspark@munhwa.co.kr
* [문화일보] 2002.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