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은행

기침·주독 해소에 효과 잎은 혈액순환 좋게해줘
장복땐 두통 생길 수도

새색시가 시집갈 때 가마타기 서너시간 전에 먹었던 은행(銀杏). 긴장한 새색시가 가마에서 요의(尿意)를 느낄까봐 일종의 오줌 멈추는 약으로 복용했다.

결혼식날 신랑.신부에게 은행을 던진 것은 은행의 생명력을 이어받아 자손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중국에선 은행나무를 공손수(公孫樹)라 부른다.열매를 맺는 데 수십년이 걸리므로 할아버지가 심어 손자가 먹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에선 천식과 동상을 치료하는데 은행을 오랫동안 써왔으나 최근 서양에선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료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추출물이 기억력.인지능력.사회적응력을 높인다는 것이다(숙명여대 식품영양과 성미경 교수).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은행에서 추출한 성분을 기억력 저하.치매 치료약으로 시판토록 허용했다. 미국에서도 은행의 치매 치료효과에 대한 논란이 가열돼 국립보건원이 심판관을 자청하고 나섰으나 아직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은행은 열매나 잎이 모두 약이 된다. 열매는 기침을 그치게 하고 가래.천식을 멈추게 하며 주독(酒毒)을 풀어준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껍질이 흰색이어서 백과(白果)로 통하는 은행 열매는 한방에서 폐에 좋은 것으로 친다.

그래서 폐결핵.호흡기질환에 흔히 처방하고 여성의 냉증 치료에도 쓴다. 생으로 찧어 먹으면 이뇨(利尿)작용이 있으나 구워 먹으면 오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열매를 장복(長服)하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기(氣)가 돌지 않는다고 한다. 기가 뭉치면 어른은 답답해하고 어린이는 경기(驚氣)를 보일 수 있다(대한한의학회 최평락 부회장).

날것을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두통.발열.알레르기 등 독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은행잎은 혈관을 넓히고 혈압.혈중 콜레스테롤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기넥신.징코민 등 은행잎 성분 추출약은 혈소판의 응집을 막기 때문에 혈액순환 촉진제로 쓰인다. 삶은 은행의 열량은 1백g당 1백80㎉로 견과류 중에선 매우 낮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tkpark@joongang.co.kr >

[중앙일보] 200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