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生食, 엽록소·비타민 섭취 火食보다 많아
요즘 유행하는 생식은 정확히 말하자면 ‘생채식(生菜食)’이다. 요컨대 현미 등 도정하지 않은 통곡식과 채소, 과일, 해조류를 날로 먹는 것이다. 시판 중인 가루 생식은 현미·찹쌀·율무·콩·보리·다시마·표고버섯 등 30~40가지를 영하 40도로 얼려 가루로 빻은 것이다.
집에서도 할 수 있다. 현미 등 곡류 5가지를 물에 씻어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 다음 가루로 빻아 생수 한 컵(200㎖)에 섞은 뒤, 녹황색 채소 4~5가지와 함께 먹는다. 물 대신 두유·요구르트에 타 먹어도 된다.
생식을 하면 음식을 불에 익혀 먹을 때(火食)보다 엽록소·비타민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통곡식을 재료로 쓰기 때문에 곡류의 씨눈에 주로 들어 있는 효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쌀 속 비타민과 미네랄은 씨눈에 66%, 쌀겨에 29%, 쌀알에 5%가 들어 있어 현미 대신 백미를 먹으면 그만큼 손해다. 단 곡류 껍질에 포함된 셀룰로스라는 섬유소와 파이틴(Phytin) 성분 때문에 화식보다 소화가 더딘 것은 단점이다. 따라서 위장이 나쁜 사람에겐 생식이 적합하지 않다.
생식을 적절하게 한다면 육식 중심의 고칼로리 식사에 익숙한 현대인에겐 몸의 균형을 잡는 보약이 된다. 그러나 생식과 화식은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한쪽의 효과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인류가 화식을 시작한 것은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 3대 영양소를 소화·흡수가 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곡류의 탄수화물과 고기의 단백질에 열을 가하면 부드러워진다. 또 엽산과 비타민C를 제외한 다른 영양소는 조리에 따른 함량 변화가 별로 없다는 미국 농림성 보고도 있다. 토마토·시금치·당근처럼 조리했을 때 영양소 함량이 다소 높아지는 식품도 있다. 전문가들이 “밥·국·나물·생채에 고기·생선이 어우러진 전통 가정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최고의 보약 밥상”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결국 ‘섭생의 왕도는 균형’이라는 대원칙 때문이다.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 )
[조선일보] 200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