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아이 만드는 환경들

맞벌이부부 자녀 비만 확률 높아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을 둔 직장여성 P씨는 아이의 비만이 자신의 직장생활과 관련이 크다고 생각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년 전 직장을 쉬고 있을 때만 해도 정상이었던 아이가 자신이 직장에 나가면서부터 급격히 뚱뚱해졌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비만해지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고 말한다. 첫째 이유는 식습관. 직장을 다니는 어머니는 대체로 음식을 냉장고 가득 쌓아놓고, 쉬는 날이면 평소 못해준 것을 보상하기 위해 외식을 즐긴다. 부모의 관리에서 벗어난 아이는 컴퓨터 게임이나 TV를 보면서 청량음료와 과자 등을 많이 먹게 된다. 또 엄마 없는 공허한 심리가 괜한 식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모두 비만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생활습관이다.

비만한 부모의 자녀가 비만아가 될 확률도 매우 높다. 유전적 유사성도 가정해 볼 수 있지만 맞벌이 집안처럼 식습관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는 부모를 따라 자연히 이러한 입맛이 생기게 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천근아 교수가 최근 37명의 비만아동을 조사한 결과 정서불안을 보이는 아이일수록 ‘감정적 식사’를 하는 경향이 강했다. 즉 기분이 나빠서(또는 좋아서) 폭식을 하는 아이를 살펴보면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손톱을 물어뜯거나 신경이 날카로운 아이인 경우가 많다는 것. 또 아동성격척도에서 위험회피 성향의 아이일수록 운동을 안 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위험회피 성향이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싫어하고 겁이 많은 성격을 말한다.

TV, 비디오 시청, 컴퓨터 게임은 소아비만과 가장 연관이 큰 행동으로 꼽힌다. TV나 컴퓨터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유는 밖에서 놀 공간이 마땅치 않고, 부모가 TV를 ‘베이비 시터’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관은 운동을 제한하게 되고, 체중이 늘면 다시 움직이기 싫어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중고생 정도의 청소년에겐 사춘기의 예민한 심리,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폭식으로 연결되는 등 보다 복잡한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부모가 형제끼리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태도를 보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소아 비만에게 가족 특히 부모가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비만치료에 부모는 동참하는 것은 물론, 때로 문제가 있는 부모가 집중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이런 환경에서 비만아 되기 쉽다

아침을 거르고 방과 후부터 자기 전까지 많이 먹는다.


밖에 나가서 놀지 않고 컴퓨터 게임 등을 좋아한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항상 먹는다.


음식을 계획적으로 사지 않고 충동적으로 산다.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 집안에 쌓여있다.


부모가 음식을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둔다.


과일, 야채보다 청량음료나 달고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다.


차려진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


TV,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먹는다.


다른 사람이 먹으면 따라서 먹는다.


먹을 때는 빨리, 마구 먹는다.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잔다.

■ 비만아 가족이 해야 할 일

맛있는 음식을 감추지 않는다. 아이가 발견했을 때 더 분개하게 된다.

“이것 먹으면 게임기 안 사 줄거야”라는 식으로 위협하지 않는다.

완벽한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다. 성취한 만큼 인정해 주고 어려운 점은 공감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체중이 증가하거나 잘못했더라도 용서하고 격려해 준다.

아이에게 “가족이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아이와 함께 할 활동적인 취미를 만든다.

체중을 줄이는 데 몇 개월이 걸려도 긍정적 사고를 유지한다.

김희원기자

[한국일보] 200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