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구워 먹으면 癌 예방에 좋아요”
항암물질 라이코핀 열 가하면 함량늘어
‘골초’들은 비흡연자보다 자주 먹도록
주부 정모(54·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최근 “암 예방에 좋다”는 친지의 권유로 토마토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에 얇게 식용유를 두른 뒤 넓적하게 썬 토마토를 살짝 익혀 간식으로 내거나, 전자레인지에 4~5분 뜨겁게 데운 뒤 시리얼과 우유를 부어 아침 대신 먹는다.
“쉰을 넘기면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아도 불안하지요. 색다른 맛도 있고, 항암 효과도 좋다니 일석이조랍니다.”
토마토는 올 초 미국 타임지(誌)가 ‘몸에 좋은 10가지 식품’으로 꼽았을 만큼 항암 효과가 뛰어난 채소다. 토마토 속 라이코핀(Lycopene)이 세포 산화를 막아 심혈관 질환과 각종 암 발병을 막기 때문. 최한용 삼성서울병원 교수(비뇨기과)는 “특히 전립선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6년간 미국 남성 4만7000명을 추적 조사한 뒤 1주일에 10번 이상 토마토가 들어간 요리를 먹은 사람이 전혀 먹지 않은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45%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씨가 토마토를 구워 먹는 이유는 라이코핀을 효율적으로 섭취하기 위해서다. 첫째, 라이코핀은 열을 가하면 함량이 늘어난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토마토를 87도에서 2분, 15분, 30분간 데운 결과 라이코핀 함량이 각각 6%, 17%, 35% 늘었다고 보고했다. 둘째, 열을 가하면 섭취도 쉬워진다. 송필순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장(광생물학)은 “토마토 속의 라이코핀은 단백질과 결합된 상태라 인체에 잘 흡수되지 않지만, 가열하면 단백질이 떨어져 나가 흡수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셋째, 라이코핀은 카로티노이드(녹황색 채소의 색소)의 일종으로 지용성이다. 날것보다 기름에 조리했을 때 잘 흡수된다는 얘기다.
라이코핀은 파파야·수박에도 소량 들어있지만 대표선수는 역시 토마토다. 200g짜리 토마토 1개에는 대략 라이코핀 60㎎이 들어 있다. 껍질이 쭈글쭈글해질 만큼 푹 익히면 라이코핀은 괜찮지만 비타민C가 파괴된다. 이종호 연세대 교수(식품영양학)는 “라이코핀과 비타민C를 둘 다 건지려면 살짝 익히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설탕도 라이코핀과는 무관하나 비타민C를 망가뜨리므로 좋지 않다.
토마토 섭취량이 적은 한국인은 혈중 라이코핀 농도도 서구인보다 낮다. 스파게티·케첩·피자 등 각종 토마토 조리법이 발달한 미국 성인 남성의 혈중 라이코핀 농도(47.9~141.6㎍/㎗)는 한국 성인 남성(9.1~9.6㎍/㎗)보다 훨씬 높다.
라이코핀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영양분은 아니다. 전혀 섭취하지 않아도 죽지 않지만, 꾸준히 먹으면 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토마토를 하루 2~3개 먹으면 좋고, 그 이상 먹어도 부작용은 없다. 장석원 서울내과 원장은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토마토를 더 적극적으로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은 암세포 발생을 촉진할 뿐 아니라 라이코핀 등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제의 농도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 )
[조선일보] 200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