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염=건강식품' 다이옥신 논란이후 소비자 불안
몸에 좋다고 매일 죽염을 몇 숟가락씩 먹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의사들은 죽염도 소금이므로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고 말한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죽염(竹鹽)에서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소비자들은 불안에 휩싸였고 관련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의학자와 영양학자들은 또다른 관점에서 죽염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 즉 ‘죽염은 일반 소금에 비해 훌륭한 건강식품’이라는 명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일반 소금과 별로 다르지 않는 죽염을 과다복용해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죽염 생산업체들은 이들의 주장을 ‘편협한 서양의학의 시각’으로 일축하고 있다.
과연, 죽염은 신약(神藥)인가, 아니면 소금의 일종일 따름인가?
▽죽염이란?〓천일염(天日鹽)을 대나무통 속에 넣어 황토로 봉한 다음 쇠가마에서 섭씨 800도로 여덟 번, 마지막으로 1300도에서 구운 소금을 말한다.
죽염 연구가인 김영희 인산생명과학연구소장은 “민간요법에도 소금을 구워 먹는 것이 있지만 현재 죽염 제조법은 민속의학자인 고 김일훈 옹이 동양의학의 원리에 따라 체계화했고 86년 저서 ‘신약’을 통해 대중에 소개했다”고 설명한다.
▽죽염은 일반 소금과 다른가?〓죽염 옹호론자들은 죽염이 태양으로부터 직접 온 신비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천일염을 가공했기 때문에 나트륨과 염소를 화학반응시켜 만든 소금과는 질적으로 다른 미네랄의 보고(寶庫)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의학자들은 “소금을 아홉 번 굽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며 소금이나 죽염이나 둘다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이라고 반박한다.
또 죽염 옹호론자들은 일반 소금은 바닷물 오염으로 산성을 띠는 반면, 죽염은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인체에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제대 의대 의사학과(醫史學科) 서홍관 교수는 “경이로운 것은 죽염이 아니라 인체의 항상(恒常)성”이라고 말한다.
항간에 ‘사람의 체질이 산성으로 변해 알칼리성 식품은 좋고 산성은 나쁘다’는 비과학적 얘기가 많이 돌고 있지만, 인체는 항상성에 의해 늘 중성을 유지하며 식품의 산도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 또 미네랄은 일상적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것으며 남으면 역시 인체의 항상성에 의해 자연히 배출된다는 것이다.
죽염 옹호론자는 죽염 결정의 형태와 크기가 소금과 다르며 세포간 이동이 쉽고 인체에서 전자기 저항을 덜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학자들은 “죽염과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은 인체에 흡수되면 나트륨과 염소로 분해돼 똑같이 기능한다”고 일축한다.
▽죽염은 안전한 신약(神藥)?〓 소금은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염 옹호론자들은 지난해 당시 계명대 생화학과 류호익 박사의 ‘14명에게 4주 동안 매일 죽염 15g씩을 복용케 했더니 혈압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간, 콩팥 등에도 아무런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을 앞세워 죽염은 일반 소금과 달리 혈압을 올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소금을 과다 섭취한다고 당장 혈압이 높아지지 않으며 혈압은 몇 년 동안 변한다”면서 “담배를 몇 달 피우게 한 뒤 폐암이 안 나타났다고 담배가 무해하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또 죽염 옹호론자들은 죽염이 고혈압, 암 등을 치유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의학자들은 소금의 일종일 뿐이므로 오히려 과다 복용하면 각종 성인병과 암을 유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험과 과학〓김영희 소장은 “서양 과학의 논리로는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죽염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주위에서 죽염으로 각종 질환을 고친 사례는 많으며 80년대 이후 죽염을 광고한 적도 없는데 입소문으로 용하다는 것이 입증돼 널리 사용된 것을 서양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죽염으로 효과를 본 사례가 한번도 논문으로 발표된 적이 없는데도 사례를 내세우는 것은 사이비과학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죽염은 식품일 뿐이며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받은 적이 없다”면서 “죽염 제조회사가 죽염의 약효에 대해 홍보하면 식품위생법 상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죽염은 약이 아니라 식품, 과학이 아니라 경험이다.
식약청에서도 일반 소금 대신 양념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만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해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죽염 옹호론자들이 과학적으로 죽염의 효과를 입증할 때까지는 과다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