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유해성 도마위로… ‘단맛보려다 쓴맛본다’

미국 신문 뉴욕 포스트의 수석기자로 활동했던 윌리엄 더프티 기자가 설탕의 백해무익을 주장한 책 ‘슈거 블루스’가 국내에 번역 출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16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슈거 블루스’란 설탕의 과다 섭취해 생기는 육체적, 정신적 질환의 통칭이다.
그는 30년 이상 달고 다니던 당뇨·관상동맥질환 등 고질병들이 설탕을 끊으면서 사라지자, 설탕의 유해성을 알리는 전도사가 됐다.

그는 이 책에서 설탕을 먹지 않기로 작심한지 48시간 후, 마약 중단 때처럼 편두통과 메스꺼움 등 금단현상을 겪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후 그를 괴롭혔던 항문과 잇몸 출혈이 멈췄고, 피부가 깨끗해지고 퉁퉁 부은 부기가 빠졌다고 했다. 설탕 없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5개월 후에 그의 몸무게는 30㎏이나 빠졌다.

미연방수사국(FBI)의 비리를 파헤치던 더프티 기자가 설탕이라는 ‘사소한’ 주제에 매달리게 된 데는 설탕이 백색가루라는 겉모양에서부터 중독성과 유해성까지 마약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커피·빵·과자·콜라 등에는 모두 설탕이 들어 있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설탕이 든 분유에 미각이 중독되고, 자라면서 초콜릿·콜라 등에 입맛을 뺏긴다. 가정에서도 고기요리 등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으레 설탕을 넣는다.

설탕은 체내에 섭취되면 바로 포도당 성분으로 전환된다. 포도당은 뇌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 끼니를 굶어 체내에 포도당 공급이 중단되면, 사고력이 떨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설탕은 혈액속의 포도당치를 순간적으로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설탕의 유해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1인당 설탕 섭취량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가량 높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설탕은 비만·당뇨·고혈압·심장병 등과 무관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설탕이 체내에 섭취돼 대사되는 과정에서 비타민·미네랄·칼슘 등을 다량 깎아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비타민B는 장내에 공생하는 세균이 만드는 데 정제된 설탕을 매일 먹으면 세균이 죽어 비타민B의 양이 줄어든다”며 “비타민B가 거의 없는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탕을 많이 먹으면 더욱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 당분 에너지를 밥·잡곡·국수·감자 등과 같은 곡류 탄수화물을 통해 섭취한다. 굳이 설탕을 먹지 않아도 필요 열량의 약 75%를 곡류 당분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식단의 탄수화물 권장량 60%를 넘는 수치다.

베스트클리닉 가정의학과 이승남 원장은 “성인 한 사람에게 필요한 설탕의 양은 하루에 찻숟갈 둘 분량”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쥬스·과자·사탕·패스트푸드·아이스크림 등을 통해 너무나 많은 당분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설탕이나 청량음료 등에 있는 단순 당분은 총 당질의 1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며 “단것을 끊기가 어렵다면 비타민B가 풍부한 생선류나 현미 배아·야채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조선일보] 200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