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여고생 빈혈 ‘균형 있는 식사’가 보약

여고생의 절반 가까이가 철 결핍성 빈혈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 겹핍성 빈혈이란 온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실어나르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잘 생성되지 않아 신체
각 조직으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 이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며, 집중
력이 저하돼 공부하는 데도 지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고생 빈혈의 원인
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헤모글로빈은 철분을
원료로 골수에서 생성되며, 남자 13g/㎗, 여자 12g/㎗ 이상이 정상이다.

◆ 여고생 빈혈의 원인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철분 섭취 부족과 생리로 인한 철분의 과도한 손실, 급속한 성
장에 따른 철분 필요량의 증대, 다이어트(체중감량) 등이 여고생 빈혈의 원인으로 지
적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패스트푸드 위주의 불규칙한 식
사로 철분 섭취가 부족한 데다, 여고생들의 상당수가 ‘월경 과다증’이어서 빈혈이
많다”며 “그러나 전반적 영양상태의 개선에 따라 빈혈 여고생은 과거보다 오히려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하루 세 끼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철
분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우유·녹차·홍차 등은 식사 후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는 여고생도 있지만, 스트레
스 때문에 많이 먹는 여고생들이 더 많다”며 “여고생 빈혈은 다이어트가 원인이라기
보단 이 연령대 여학생의 특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다이어트
를 많이 하는 20대 여성의 빈혈률은 20%대로 여고생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 여고생 빈혈,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빈혈의 대표적 증상은 어지럼증이다. 심한 경우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두통 등의
증상도 따른다. 그러나 여고생들의 ‘경미한 빈혈’(헤모글로빈 수치 10g/㎗ 정도)은
이 같은 ‘빈혈 증상’이 거의 없어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전문의들은 설명한
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여고생 빈혈은 약간 쉽게 피로해지
는 것 외엔 증상이 없어 본인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쉽게
짜증이 나고, 집중력도 감퇴돼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로체스터 의대 질 홀터먼 박사는 “철분 결핍증이 있는 학생의 수학 성적이 정
상 학생에 비해 크게 낮았다”고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 어떻게 예방·치료하나

여고생 빈혈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부적절하고 불규칙한 식사습관이
다. 아침을 거르거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이용해 끼니를 때우거나 라면이나 냉동
식품을 즐겨 먹거나 편식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빈혈이 쉽게 유발된다. 삼성
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홍기 교수는 “한 종류의 음식만 많이 먹게 되는 외식은 영
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다”며 “가정에서 식사 때마다 고기·생선·계란·두부 등
을 한 가지 이상씩 충분히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철분이 특히 많은 음식은 동물
의 간(肝), 계란노른자, 굴, 멸치, 뱅어포 등이다.

철분 보충제도 복용하는 게 좋다.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제환 교수는 “철분
보충제의 흡수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므로 필요한 철분양의 10배 이상을 보충해야 한
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철분 보충제는 빈속일 때 흡수가 가장 잘되므로 식사와
식사 사이 또는 취침 전에 오렌지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빈혈 증
상이 사라진 뒤에도 6개월 정도 복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조심해야 할 빈혈

어지럼증, 얼굴 창백해짐, 가슴 두근거림, 두통 등 빈혈 증상이 본인이 느낄 정도라
면 건강에 큰 문제가 있는 경우다. 이 경우엔 우선 치질, 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대
장암 등으로 인한 위장관 출혈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자궁근종(물혹)일 가능성도 있
다. 이제환 교수는 “빈혈은 위암, 대장암 환자에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
이므로, 특히 중년 이상의 남자나 폐경 이후의 여자에게 철 결핍성 빈혈이 있을 경우
엔 암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골수 성분이 부족해 생기는 재생불량성빈혈(암의 일종), 적
혈구가 제 수명(120일 정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세포막이 깨져 파괴되는 용혈성빈
혈 등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때는 골수검사를 통해 빈혈의 원인을 찾고,
필요한 경우 항암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조선일보] 200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