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오징어
오적어(烏賊魚).
죽은 척하고 물위에 떠 있다가 이를 모르고 접근한 까마귀(烏)를 확 잡아채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오징어의 옛이름이다.
쫄깃쫄깃한 것을 씹기 좋아하는 우리는 예부터 오징어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오징어.
문어를 즐기는 서양인은 극히 드물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주민들이 오징어를 먹지만 정력과 간장 보호에 좋다
는 갑오징어의 먹물을 '약'으로 먹는 정도다.
동의보감은 오징어의 살이 기(氣)를 보호한다고 적고 있다. 의지를 강하게 하고 여성
의 생리불순을 낫게 하며 남성의 정액을 많게 한다는 것.
오징어 살엔 단백질이 20%(말린 것은 60%)나 들어 있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 등 곡
류에 부족한 라이신.트레오닌.트립토판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경원대 식품생활공
학과 장학길 교수).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지만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는 타우린이 다른 어
패류의 2~3배나 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소 높은 사람이 먹어도 무방하다.
타우린은 마른 오징어 표면에서 보이는 하얀 가루다. 새우가 탈 때 나는 구수한 맛 성
분도 이것이다. 영양학자들은 타우린을 콜레스테롤.혈압 강하, 피로.시력 회복, 담석
제거, 심장병.동맥경화.암 예방에 유용한 물질로 여긴다.
오징어의 지방함량은 1%에 불과하다. 게다가 혈관질환 예방과 두뇌발달에 좋은 지방
인 DHA.EPA(쇠고기 등 식육에는 없음) 등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먹물은 항암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동물실험에서 먹물에 든 뮤코 다당류가 암
에 걸린 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일본에서는 오징어 먹물이 첨가
된 라면.국수까지 나왔다.
한방에서는 먹물을 여성의 살혈심통(殺血心痛)치료에 쓴다. 자궁출혈이 있으면서 가슴
앓이가 심한 여성에게 먹물을 볶아 가루를 낸 뒤 식초 끓인 물에 타 먹이면 효험이 있
다는 것(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오징어는 표면이 투명하고 색이 짙으며 광택이 나는 것이 신선하다. 산성 식품이므로
알칼리성인 채소와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조금만 먹어도 위가 아픈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상책. 마른 오징
어를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은 물론 장이 막힐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은 마른 오징어 1백g당 3백53㎉(생것은 95㎉)의 열량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중앙일보] 200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