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 음식이야기/ 귤
바쁜 병원 생활로 점심시간을 제때 맞추기 어려워 필자는 맞벌이하는 아내에게 미안하
게도 가능하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도시락 주머니 안에는 밥과 반찬 이외에
아내가 꼭 챙겨서 넣어주는 귤이 2개씩 들어있는 것이 좀 독특하다.
어제 퇴근길 농협 매장에서 귤 30개 한 광주리에 2400원씩 두 광주리를 구입, 저녁
때 가족들이 둘러앉아 TV를 보면서 부지런히 까먹었다. 귤은 어지간히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체중에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좋다. 올해는 귤값도 무
척 싸다. 다이어트하는 여대생들이나 직장인들도 가방에 스낵대신 귤을 싸들고 다니
면 틀림없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귤이라고 하면 먼저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라고 연상한다. 사실 귤 두 개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 60mg을 거뜬히 충족할 수 있다. 담배 피는 사람들은 비타민C
의 손실이 많은데, 귤을 먹으면 비타민의 손실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또 귤에는 비타민P라는 물질이 있다. 이는 모세혈관을 보강해주는 물질이어서 뇌출
혈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또 귤에 풍부한 칼륨은 혈압강하 작용
이 있어서 고혈압 환자에게는 좋으며,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에 좋다. 하지만 설사가
잦은 분들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귤에 있는 크립토잔틴은 당근의 베타카로틴보다 황산화 작용이 5배나 더 강해서 강력
한 항암작용을 한다. 귤의 신맛은 리모노이드라는 성분에서 나오는 데 페놀성분과 함
께 역시 항암작용을 갖고 있다. 필자는 영양 때문에 귤을 먹지는 않고 간식으로 먹
고 있지만 많이 먹먹어도 해롭지 않으며, 체중이 늘지도 않는다. 생선을 구워 먹거
나 탄 음식을 먹을 때 귤의 사촌격인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귤을 많이 먹으면 손·발바닥이 노래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간 질환과는 아무 관계
가 없고 귤 섭취를 줄이면 저절로 없어진다. 참고로 큰 귤 한 개는 80칼로리, 라면하
나는 550칼로리이다.
(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
[조선일보] 200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