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 재 일 : 2001년 12월 14일 07面
▶ 글 쓴 이 : 정철근
[취재일기] 농민 눈치보는 `계란 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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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식품은 리콜이 되는데 계란은 안된다. 소비자들이 좋은 계란을 먹으려면
생산자부터 성의있게 선별 출하해야 한다.""
한 유통업자는 계란품질 등급제를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란은 가장 즐겨 먹는 식품인데도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해 알기 어렵다. 노른자위가
탄력이 있고 흰자위가 투명해야 좋다지만 깨뜨려 보기 전엔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
계란에 생산일자가 없어 신선도를 파악하기도 힘들다.유통기한을 적는다지만 업자가
알아서 표시하기 때문에 믿음이 안간다.
계란은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냉장상태에선 20~30일이지만, 상온(常溫)에선 7~10일밖
에 안된다. 특히 배아(胚芽)가 자라는 생물이라서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쉽게 상할
수 있다. 더구나 냉장 유통비율이 10%도 안되고, 유통과정이 4~5일 걸리는 우리 현실
에선 소비자들이 신선한 계란을 고르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바람과 달리 양계농가들은 계란품질 등급제의 확대 실시를 꺼린다. 품질
을 구분하고 생산날짜를 표시하면 경쟁에서 밀리는 농가들이 도태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10월부터 전국 네곳에서 실시하려던 계획이 한곳에서 시범 실시하
는 것으로 축소됐다.
양계농가들은 한우(韓牛)산업이 던져준 교훈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UR)협정이 발효된 1995년부터 쇠고기에 대한 품질등급제를 본격 실시하자 축산농가들
은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시장개방 이후 국내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지키
는 밑거름이 됐다.
일부 한우 농가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소의 육질을 파악한
다.유전자 검사를 통해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는 소를 선별하기도 한다. 그 결과 올
해 쇠고기 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도 한우고기 값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계란품질 등급제가 빨리 정착되면 수송기간이 긴 값싼 수입계란을 막는 `비관세 장벽`
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로 수송해야 하는 계란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경쟁력
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계 농가들도 서둘러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
다. 농림부도 농민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지 말고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은 과감히 밀
고 나가야 한다.
정철근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