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에서/ 채식에 관한 궁금증

채식만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각종 채식 동호회가 활발하고, 채식 전문 식당도 속
속 생겨나고 있다. 현재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로 추산되지만, 완전한 채식주의자
가 아니더라도 육식보다는 채식을 더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게 요즈음 이다. 이
는 고기 등 육식·지방질 위주의 식사가 동맥경화·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
이라는 사실이 널리 인식됐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우리의 식단이 그동안 육식 위
주의 서구식 이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지난 3일 점심시간 채식 동호인 3명이 서울 인사동 사찰음식 전문점인 ‘산촌’에 모
였다. 주부인 이미자(46)씨는 19년전 당뇨병을 진단 받은 후 줄곧 채식을 해왔으
며, 이혜옥(35·회사원)씨와 박젬마(34·웹디자인)씨는 채식을 근래들어 시작한
‘초보 채식주의자’들이다.

이날 채식 상담에 나선 가천의대 중앙길병원 내분비내과 박혜영(38) 교수는 “한국인
은 본래 채식주의자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김치 등 채소를
항상 곁들이고, 콩을 이용한 된장·두부를 매일 먹는 등 채식과 영양을 골고루 갖추
는 지혜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찰음식 정식을 주문하자 들깨죽, 산채나물, 애호박전, 더덕무침 등으로 한상이 차
려졌다. 고기 한점 없는 식단인데도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상담은 식사를 하면서 진
행됐다.

“저는 채식에 만족하지만 아이들이 걱정돼요” 주부인 이미자씨가 채식 위주의 식단
으로 한참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에 지장이 올까봐 걱정이 된 모양이다.

“지방질 식사로 인한 동맥경화는 어린 나이부터 오니까 채식위주의 식사를 일찍하는
게 좋아요. 콩이나 두부 등을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성장에 크게 문제는 안
돼요. 하지만 필수아미노산중 히스티딘, 메치오닌 등은 채식으로 충당하기 힘들어
요. 따라서 아이들에게는 달걀과 우유를 많이 먹이고, 가끔은 고기를 먹이는 게 좋아
요.”

박 교수는 채식주의자인 임산부들도 유제품 등을 통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했
다. 임신 여성의 단백질 하루 권장량은 60g으로 일반 여성의 6배나 되기 때문이다.

최근 완전 채식주의자 친구에게 자극을 받아 채식을 시작했다는 이혜옥씨는 “장수하
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콩을 많이 먹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도 채식
을 권하고 싶은데 뼈 손실로 골다공증 등이 생길까봐 고민이 돼요”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노년기의 뼈는 ‘발육기’가 아니라 ‘보호기’이기 때문에 채
식이 크게 문제돼지 않는다”며 “두유나 두부 등을 통한 칼슘섭취만으로도 뼈의 상태
를 보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박교수는 식물성 식품을 통한 칼슘의
섭취가 오히려 동물성 식품보다 우수하다고 했다. 칼슘이라고 하면 다들 멸치를 생각
하는 데 그같은 생선류와 동물성 식품에는 칼슘보다 인 성분이 많아 흡수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멸치의 칼슘은 1/4 정도만 우리 몸에 흡수돼요. 반면 미역·다시마·검은 깨 등에
포함된 칼슘은 섭취율이 50% 이상 입니다. 또한 육식을 통한 단백질 섭취가 너무 많
으면 몸 안의 칼슘, 무기질 등이 소변 등을 통해 더 많이 빠져나가게 되지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채식 식단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박젬마씨는 “반찬은 그럭저럭 괜
찮은데 밥이 문제예요. 현미밥이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할까 하는데 가족들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어요”

박교수는 “건강한 채식식단을 만드는 키워드는 밥”이라며 “현미는 훌륭한 선택”이
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인의 식단에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부분은
80%. 주로 백미에서 충당된다. 그러나 탄수화물의 섭취는 60%로 낮춰져야 한다. 이
상적인 영양섭취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비율이 60:20:20. 따라서 한국인의 일반적
인 식사는 탄수화물이 많고 단백질과 지방질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비만과 당뇨의
원인은 주로 당질(탄수화물)과 지방질의 과잉 섭취이므로 이들을 줄이고 단백질을 충
당하는 것이 건강식의 기본이 된다.

박 교수는 “현미의 씨눈에는 채식식단에 부족한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현
미로 밥을 짓는다면 당질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식만 고집하는 것이 더 위험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아는 분 중 하나는 채식
만 고집하다 영양실조 진단을 받고는 그 다음부터 오히려 고기 신봉자가 되더라구
요.” 이혜옥씨의 말이다.

박 교수는 “고른 영양소를 포함한 채식식단이 습관화된 사람에게서 그런 경우가 나타
나는 것은 드물다”고 했다. 그러나 장 수술을 받았거나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채식
으로 인한 지나친 섬유소 식사가 장을 자극, 오히려 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