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참깨

몇년 전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그곳
사람들은 빵을 먹을 때 꼭 기름에 찍어 먹는 것이었다. 빵 뿐 아니라 채소 등 대부분
의 음식에 기름을 뿌려 먹었다. 우리나라 식당에 간장과 식초가 놓이듯이 그곳 식당
에는 이 기름이 항상 비치돼 있었는데, 바로 올리브 기름이었다.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심장병이 적은 것이 올리브 기름 때문이라는 것은 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최근 국내에도 올리브 기름 수입량이 늘었다고 한다. 그
러나 우리에겐 더 좋은 기름이 있다. 바로 참기름이다.

필자가 치료한 환자의 어머니가 전남 순창에 사시는데, 때마다 참기름을 반말씩 보
내 주신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는 “참기름은 잘 변하지 않으니 오래 두고 먹어도 된
다”고 하신다.

참기름은 왜 다른 기름보다 잘 변하지 않을까. 참깨와 참기름의 항산화작용이 다른
기름보다 10배 이상 강하기 때문이다. 참깨에 있는 ‘세사미놀’이라는 성분은 우리
몸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유해산소를 중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또 나쁜 콜레스테롤
(LDL)이 산화돼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 여러 실험에서 증명됐
다. 또한 ‘세사민’이란 성분은 알콜해독 작용도 강하므로 술자리가 많은 요즘, 안
주로 깨강정 같은 것이 나오면 일부러 많이 먹어도 좋다.

참깨에는 항암작용이 있는 ‘셀레늄’도 풍부하다. 중국인 3만 명에게 5년간 참깨를
먹게 한 결과, 위암 발생이 20%나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외에도 베타카로틴,
비타민B6, C, E, 칼슘, 철분 등이 있지만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도 많아서 육식
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격이다. 진정작용이 강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도
좋다. 검정 참깨에만 있는 ‘안토시아닌’이란 물질은 항산화작용과 항암작용이 일
반 참깨보다 더 강력하다.

참깨는 그냥 먹으면 두터운 참깨 표면 때문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된다. 따라
서 볶아먹는 것이 좋고, 채소와 달리 열을 가하면 항산화작용이 더욱 강화된다. 그래
서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은 참깨를 볶아 절구에 빻아서 먹는 법을 전수해주셨다.

(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

[조선일보] 200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