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시금치

지금 청·중년층들은 어린 시절 미국 만화인 ‘뽀빠이’를 즐겁게 본 추억이 있을 것
이다. 만화에서 뽀빠이는 위급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시금치를 먹고 위험에 빠진 올리
브를 구해낸다. 그런데 이 만화가 본래 미국 어린이들에게 시금치를 많이 먹게 하기
위해서 만든 홍보영화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시금치에 칼슘과 철분
성분이 많아서 어린이 성장촉진과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어린이들에
게 효과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만화로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시금치에는 베타카로텐, 루테인, 페놀, 비타민C·E, 식이섬유 등이 많다. 그
래서 오래전부터 시금치는 항암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시금치가 또 다른 이유로 각광받고 있다. 시금치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엽산 때
문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혈액속에 있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물질이 증가하면, 혈관이
자극을 받아 동맥경화가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물질은 ‘엽산’이라
는 비타민에 의해 그 나쁜 효과가 없어진다. 시금치 등 채소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
다는 막연한 이론이 이제 확실한 원리가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에서는 지난 98년부터 곡류 및 씨리얼 등에 엽산을 추가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엽산이 많은 음식은 우리 주위에서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인데, 시금치 외에
도 순무, 근대, 무 잎, 소 간 등에 많다. 또 양식 요리에 들어가는 아스파라거스와 아
보카도에도 많다.

시금치나 당근 등의 녹황색 채소를 매일 먹는 사람은 위암 35%, 대장암 발생은 무려
40%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되어있다. 특히 엽산은 폐암 억제에 효과가 있으며 엽산에
비타민B12가 추가되면 항동맥경화 항암효과는 더욱 증대된다.

따라서 시금치를 먹을 때는 육류의 간이나 등푸른 생선, 굴, 조개 등의 비타민B12가
풍부한 음식과 같이 먹는 것도 좋다.

시금치국은 보글보글 끓이거나 다시 데워서 먹으면 효과가 없어진다. 살짝 데쳐 먹거
나 생것으로 먹으면 좋고, 기름에 살짝 볶거나 참깨를 뿌려먹으면 효과는 훨씬 증가된
다.

(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

[조선일보] 200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