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톤 식이요법, 난치성 소아 간질에 효과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은 97년 영화 ‘아들을 위하여(원제·First do no harm)’에 난
치성 소아간질 환자의 어머니로 출연한다. 영화에서 그는 의사들이 처방한 약물로 아
이의 경련 발작이 조절되지 않자, 자신이 직접 도서관에서 의학서적을 뒤진다. 거기
서 발견한 치료법이 ‘케톤 식이요법’. 결국 메릴 스트립은 의료진의 뇌수술 권고를
뒤로 한채, 케톤 식이요법을 시행하는 병원을 찾아나선다. 치료는 성공하고 아이의 간
질발작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이 케톤 식이요법으로 난치성 소아간질에 우수한 치료효과를 얻었다는 국내 연구결과
가 나왔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얘기가 현실에서도 이뤄진 것이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간질클리닉 김흥동 교수는 “기존의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소아간질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새로이 고안한 케톤 식이요법을 시행한 결과, 35%는
경련이 완전히 사라지고, 20%는 경련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간질학회에 발표했다.

케톤 식이요법이란 이미 80년전 미국에서 개발된 간질 치료법. 환자를 굶기게 한 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게 하면, 체내에 케톤이라는 물질이 형성되고 그로인해
경련이 멈추게 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이 과정이 번거로운 데
다, 이후 항경련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이 방법은 점차 사라졌다.

그러다 최근들어 약물에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소아 간질 환자에게 케톤 식이요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난치성 소아간질은 전
체 간질 환자의 20~30%를 차지한다.

김 교수가 개발한 식이요법은 초기 금식 과정을 생략하는 것. 기존의 방법은 체내에
있는 당 성분을 모두 소진시키기 위해 2~3일간 금식을 시켰다. 또 체내 케톤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수분 섭취도 제한한다. 이 때문에 급성 탈수증 등의 부작용이 흔히 생
겼다.

그러나 김 교수는 초기 금식 없이 치료 첫째날 유지 칼로리의 3분의1, 둘째날 3분의
2, 그리고 셋째날 최대 칼로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식이요법을 시행했다. 결과는 기존
의 치료효과와 비슷한 성적을 보이면서 부작용은 훨씬 줄었다.

김 교수는 “케톤 식이요법은 미국 등에서 소아간질 치료에 중요한 치료술로 인정받
고 있다”며 “이 식이요법을 처음 2년간만 잘 유지하면 그 이후에는 약물로도 경련
이 잘 조절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일산백병원 소아과 김동욱 교수는 케톤 식이요법을 의료인과 간질 환자들에
게 널리 알리고자 홈페이지(keto.gsnu.ac.kr)을 개설, 운영 중이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조선일보] 200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