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땅콩 잣 등 견과류

그동안 심장병 얘기를 많이 해 독자들로부터 식상(?)하다는 말을 들을지 몰라도 또
한번 하려고 한다. 심장병 환자들은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시술을 받고 퇴원할
때나 외래에서 치료받을 때 공통적으로 “조심할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

필자는 지방섭취를 줄이라고 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 그 뒤에 꼭 따라나오
는 질문이 “호두·땅콩·잣 등 견과류는 먹어도 되느냐”는 것이다.

나는 견과류를 환자에게 적극 권장한다. 견과류는 지방성분이 많아 환자들이 기피하
는 경향이 있지만, 심장·혈관에 대한 견과류의 ‘좋은 효과’는 놀라운 것이어서 미
국 심장학회에서도 적극 추천한다.

완전한 채식주의자 2만7000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1주일에
견과류를 5번 이상 먹은 사람은 협심증 발생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3만1000
명을 대상으로 다른 연구에서도 견과류 섭취는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사망률을 50% 정
도 줄였다.

간호사 8만6000명과 의사 2만2000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하버드의대의 연구도 견
과류 섭취량과 심장병 사망률은 반비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견과류를 1주일에 한 번쯤 먹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어도 2∼4회 섭취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5번 이상 섭취하면 확
실히 심장병을 줄여준다. 한 번 먹는 양은 땅콩의 경우 25알 정도이다.

견과류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식물성 불포화지방이 어느 식품보다도 많다. 포화지방
은 칼로리가 높고 콜레스테롤을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양질의 불포화 지방산과 다량
의 섬유소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강해서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땅콩에는 식물성스테롤과 많은 양의 비타민E가 있어 혈관과 세포에
대한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견과류에는 비타민B1·B2, 인, 칼슘, 철분 등도 풍부하다. 다만 땅콩·호두 등은 칼
로리가 높으므로 체중을 줄이고 싶은 사람은 먹는 양에 주의해야 한다. 땅콩 한 주먹
이면 쌀밥 한 공기와 칼로리가 비슷하다.

(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

[조선일보] 200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