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장애, 빗나간 다이어트 몸도 마음도 골병
키 162㎝에 몸무게 37㎏인 여대생 이모씨(21)는 ‘젓가락’ 같은 몸매에도 다이어트
를 열심히 한다. 거의 매일 체중을 측정한 뒤 살을 빼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헬
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한다.
키 165㎝에 몸무게 54㎏의 정상체중인 회사원 김모씨(25·여)는 다이어트가 끝날
때 마다 식욕을 참을 수 없어 폭식을 한다. 그 다음에는 먹은 게 살로 갈까 두려워
억지로 음식을 토해낸다. 이들은 최근 병원에 입원한 ‘식사장애’ 환자들이다.
식사장애는 선진국형 병이면서 여성병이다. 한국에서는 1980년 말부터 환자가 생겨났
다.이어 무분별한 ‘비만 비즈니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식사장애환자 또한 급증하
고 있다.
▽식사장애〓식사행동과 체중, 체형에 이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유형은 △다이어
트로 몸무게를 15% 이상 줄이고도 음식 먹는 것을 피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
증:拒食症)’ △식사를 참다 폭식한 뒤 토해내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신경성 대식증(大食症.폭식증)’ △1주일에 2회 이상, 6개월 이상을 마구 먹는
‘신경성 폭식장애’가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대식증 환자가 가장 많
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이영호교수(02-2270-0064)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의 젊은 여성(15∼30세) 100명 중 8명이 이같은 식사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교수는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단기
적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에 혹하지 말고 평생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식이습관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식증의 증상〓주로 10대 초반이나 중반에 발생한다.대표적 증상은 △체중감소가
심하면서도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한다 △매우 말랐는데도 비만이라고 여긴다 △체중증
가를 몹시 두려워한다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없다 △지방과 칼로리가 적은 음식 만
먹고 항상 칼로리를 계산한다 △음식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라먹는 등의 이상행동
을 보이거나 자신을 먹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음식을 계속 만들어 제공하는 것 등이
다.
▽신경성 대식증 증상〓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생기고
환자의 약 3분의 1은 심한 다이어트로 처음에는 거식증에 걸렸다가 폭식증 환자로 변
한다. 이런 경우 신경성 대식증에 걸린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상은 △음식점에 가기
를 꺼리거나 식사약속 피하기△음식이나 체중에 집착△식사 후 자주 화장실 행 △설사
제와 이뇨제를 과다하게 사용 △턱주위 침샘이 부어 빰이 다람쥐 볼처럼 동그랗게 보
이는 것 등이다.
▽치료와 예방〓식사장애 환자는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이 유심
히 살펴보고 병이라고 여겨지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일찍 치료를 받으면 고
칠 수 있지만 전체 환자의 20∼30%는 증상이 심해 쉽게 고치기 어려운 상태로 병원
을 찾는다. 식사장애 치료는 정신과, 내과 의사와 심리사, 영양사 등이 한 팀이 돼
치료한다. 증세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통원 치료를 하거나 입원 치료를 한다. 신체장
애와 함께 정신치료도 병행한다.
백상신경정신과 강희찬원장(02-3452-9700)은 “환자 치료시 가족이 병을 잘 이해하
고 적절한 대처능력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안 먹는 등 최소한의 영양조차 섭취하지 않으려
는 초기 상태에 바로잡아 주는 것. 초기 상태와 병적상태를 뚜렷이 구별하기 힘들지
만 ‘초동제압’이 중요하다. 또 “마른 것이 아름다움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굳이 살을 빼겠다면 최소한의 영양은 섭취하면서 운
동을 통해 살을 빼도록 유도한다. 체중이나 체형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놀리는 일을
삼간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동아일보] 200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