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튀김



한달 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경을 헤맸던 환자가 퇴원한 지 한달 만에 또 외래로
왔다. 그는 38세의 나이로 회사에서 업무 관련 접대 등으로 거의 매일 술과 고기를
먹었고, 담배는 두 갑씩 피웠다. 어린 딸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생활을 절제하라는 필
자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그는 술·담배도 끊고, 고기도 자제하고 있다고 했
다. 또 야채를 많이 먹으라는 충고에 따라 야채튀김을 많이 먹는다고 했다.

이처럼 심장병 환자 중에는 “지방 섭취를 줄이라”고 하면 “식물성 기름만을 주로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인간의 뇌에는 지방분을 먹고 싶어하는 부위가 있
어 고기맛에 대한 추억을 갑자기 지워버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니 기름을 먹고 싶
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기름은 원료가 100% 지방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에서 쉽게 콜레
스테롤로 변화하는 포화지방의 양이 차이가 날 뿐, 지방은 지방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물성 기름의 일부는 유통 중 부패를 막고 장기 보존하기 위해 수소
화 처리를 한다. 이때 몸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이 나쁜 포화지방으로 변한
다. 포화지방은 몸 속에 들어가 혈관을 상하게 한다.

또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고, 우리 몸이 만들어 내지도 않는 지방분 중에 트랜
스 지방산이라는 것이 있다. 트랜스 지방산은 기름을 튀길 때 발생하는데, 특히 수소
화 처리된 기름에서 더 많이 생긴다.

트랜스 지방산은 칼로리가 높아 체중을 늘게 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
키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감소시켜 동맥경화를 유발·촉진시킨다. 한번 튀긴
기름을 다시 튀기거나 같은 기름을 여러 번 가열하면 트랜스 지방산의 ‘해로움’은
더 커진다. 따라서 한번 튀긴 기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은 것이 좋고, 또 일단 개봉
한 기름은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되기 때문에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라면, 콘칩, 감자칩, 스낵류 등이 모두 기름에 튀긴 것
이며, 대부분의 패스트푸드도 기름에 튀겨서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조선일보] 200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