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생선
몇년 전 몽골의 한 지방병원에서 진료할 기회가 있었다. 몽골에 가면 좀 쉴 수 있을
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그곳에서도 점심을 걸러가며 진료해야 할 정도로 중증 고
혈압과 협심증 환자들이 많았다. 공해도 거의 없고 스트레스도 별로 받을 일 없는 유
목민들이 왜 심장병이 생기나 하고 의아했는데, 몇 번의 식사 후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야채를 재배하기 어려운 유목민들의 주식은 소, 말, 염소 고기 등
육류였다. 양배추 한 통이 송아지 반 마리 가격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야채를 먹지
않으면 심장병 발생이 확 늘어날까.
야채 먹는 기회가 유목민보다 더 적은 에스키모인은 협심증 발생률이 유럽 평균의 절
반밖에 안된다. 에스키모인의 주식인 생선과 고래고기, 특히 등푸른 생선에는 EPA
와 DHA가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이것은 혈관 내에서 피가 엉기
지 않게 하는 작용이 있고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어 심장병이 적다.
150년 전 한 덴마크 의사가 에스키모인이 폐결핵에 걸리면 왜 객혈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가를 연구하다가 이것이 고래고기 지방 섭취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학
설을 제시했다. 그후 에스키모인이 심장병 발생률은 낮은 반면, 뇌출혈 발생률은 세
계 최고 수준이란 연구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의 ‘출혈성’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를 엉기지 않게 하는 작용이 심장병은 예방해주지만, 뇌출혈이 생기면 피가 멈추
지 않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폭음하는 사람이나 아스피린을 복용 중이
면서 뇌출혈 위험이 높은 사람은 생선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생선이 좋다고 해서 너
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혈액이 엉키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마늘을 많이 먹는 한국인은 서양인의 생선
섭취 기준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 한국인의 생선 섭취량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생선
을 얼마나 먹어야 좋은지는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없지만 일주일에 세 번 정도면 적당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오동주·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조선일보] 2001.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