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달걀 노른자
며칠 전 오랜만에 고교동창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친구들은 소주에 고기를 곁들
여 식사를 한 후, 마지막으로 물냉면을 먹으면서 삶은 달걀 반쪽은 꺼내놓고 먹지 않
았다.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것이다.
중년층 이상은 어릴 때 소풍 가서 삶은 달걀을 소금에 찍어 먹던 추억들이 있다. 또
어머니가 뜨거운 밥에 간장을 넣고 생달걀을 비벼주면 밥 한 공기를 금새 비웠던 기억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달걀, 특히 노른자를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달걀노른자는 정말 몸에 나쁜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장병·뇌졸중 등
의 위험이 높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정상인이 하루 음식에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 양을 0~300㎎ 이하로 권장한다.
보통 달걀 한 개에는 약 240㎎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다. 달걀 노른자 하나를 먹으
면 거의 하루 콜레스테롤 허용량에 도달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달걀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다량의 비타민A·B₂·D가 있고, 철분·엽산·
불포화지방과 양질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또한 노른자 속의 ‘레시틴’이란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하버드대학이 의사 3만8000명과 간호사 8만 명을 대상으로, 각각 8년과 14년 동안
심장·뇌 혈관질환 발생률과 달걀 소비량을 비교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달걀 소
비량과 혈관질환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은 달걀 같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의 섭취보다는 육류나 튀
김, 우유 등에 있는 포화지방이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LDL)
로 바뀌기 때문에 발생한다.
새우, 굴, 조개 등에도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하지만 지방분이 아주 적기 때문에 이
런 음식을 가끔 먹는다고 해서 콜레스테롤이 올라가지 않는다. 기름에 튀겨 먹을 때
가 문제다.
즉 물냉면에 나오는 계란 반 개보다는 기름이 붙은 고기를 많이 먹는 게 혈중 콜레스
테롤을 더 높인다는 뜻이다.
다만 심장병이 있거나 흡연자, 고혈압, 당뇨가 있는 사람, 가족 중에 심장병으로 일
찍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달걀 노른자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조선일보] 2001. 10. 25